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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Feb 28. 2019

프롤로그(prologue)

응답하라, 서울


희뿌연 하늘
거대한 빌딩 숲
밤늦도록 잠들지 않는 불빛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이곳은 대한민국 서울이다.

그리고
그 속에 내가 있다.




나는 서울 시민이다.

서울 시장을 내 손으로 선출하고, 서울시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다. 웬만한 서울의 명소나, 주요 거리, 맛집은 따로 찾아보지 않고도 줄줄 꿰고 있는 나는 서울에 사는 사람. 서울 사람이다.

하지만 사실은 서울에 내 이름으로 된 땅 하나 없어 매년 이사를 고민해야 하고, 명절이면 15년째 교통대란을 겪으며 고향으로 향한다. 또 흥분하면 대화 속에 사투리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 진짜 나는, 서울 사람 코스프레를 한 지방 사람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지낸 지 15년, 이곳은 이제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 머무른 곳이다. 서울은 나에게 직장과 돈을 주었고,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경험과 꿈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힘든 고민과 풀기 힘든 과제를 주어 때론 방황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고민 뒤에 나를 성장시켜준 곳이기에 도저히 미워할 수만은 없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삶은 늘 그렇듯 평범하게만 흘러가지 않듯이, 나의 타지 생활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 서울에 있는 동안 2번의 귀향이 있었고, 3번의 이직, 수많은 꿈의 좌절, 만남과 안타까운 이별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지만 내 것이기에 어느 하나 버릴 수 없어 그저 품 안에 그리고 작은 서랍 속에만 묻어두었었다. 그런 내 이야기를 조심히 꺼내 보려 한다. 1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견뎌온 나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지 특별한 것 없는 나의 서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언젠가 모든 서울 밤하늘에

별이 총총 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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