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힘든 낯섦
- 그러니까 지금 여기는 선릉역, 다음은 삼성역. 난 건대입구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야 해
지난밤 머릿속으로 내가 가야 하는 길을 수십 번 그려보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니 긴장되고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안내방송과 함께 이윽고 열차 문이 열리고 서울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TV로만 보던 서울의 지옥철을 경험하고 지금 그 현장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서둘러 나오는 그들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떠밀리듯 열차에 들어섰다.
어둠 속에서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한 손에 노선표를 들고 열차가 설 때마다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어 현재 위치와 다음 역을 확인하고 있는 내가 누가 봐도 이방인으로 보일 테지.
찬물에 탄 가루약 같았다. 열차는 함께 어우러져 보라고 이리저리 흔들어 주었지만 나는 섞이지 못하고 여전히 응어리져 있었다. 저들이 날 받아주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내가 저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각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벤치에 앉아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하루는 벌써 지친 기분이었다. 앞으로 낯선 이 길을 몇 번이나 걸어야 익숙해질까. 마주치는 사람들은 몇 번이나 더 만나야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까마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