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제일 카페모카 장인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카페였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퇴근 후 종종 들르는 곳이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더 친근한 느낌이어서인지 카페 사장님은 우리에게 모리나리 아저씨로 통했다. 아저씨는 그 시절 아는 사람 하나 없던 낯선 동네에서 유일하게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동네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커피를 마셔본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마셔 본 커피 중 아저씨가 내려주는 커피는 단연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나는 휘핑 크림이 올라간 카페모카를 제일 좋아했다. 휘핑크림을 빨대로 콕 찍어 달달함을 두어 번 먼저 맛보고, 나머지는 커피와 함께 마시곤 했다.
퇴근 후 마시는 아저씨의 카페모카는 하루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 주기에 충분했다. 커피가 맛있다고 우리끼리 말할 때면 듣고 계셨는지 아저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데 나는 그걸 보는 게 좋아 매번 맛있다는 말을 한 번은 꼭 했다.
이사 가기 전날, 마지막으로 카페를 들렀을 때 아저씨께서는 카페 로고가 새겨진 새 머그컵을 주셨다. 하지만 나는 어쩐일인지 두해가 지난 후에야 그곳을 찾았고, 그땐 이미 다른 가게로 바뀌어 사라지고 없었다. 세해가 되어서는 맛있는 커피와 따뜻한 인사를 건네준 고마운 아저씨에게 나는 다시 오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나쁜 사람이었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낯선 서울 생활에 위로를 전해준 아저씨를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이제 퇴근 후 카페에 들러 홀로 마시는 커피 한잔이 따뜻할 때가 꽤 많아졌다. 그리고 어쩌다 카페모카를 마주하는 오늘 같은 날이면 모리나리 아저씨를 떠올리기도 한다.
지금은 어디서 또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해 주고 계실까. 아저씨의 기분 좋은 입꼬리는 여전하실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꼬리가 싱긋거려 어서 카페를 나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