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대한 고민만큼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
언니, 요즘 하는 일 어때?
입사 동기 중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한 언니가 있었다. 현재 방송국 PD가 된 그녀에게 요즘 하는 일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언니 요즘 하는 일 어때? 재밌어?
아니 힘들어...
힘들어? 에이, 재미있다고 하길 바랬는데.. 어떻게 좋아하는 일 찾았냐고 물어보려고 했더니!
좋아서 견디는 건 3년이면 끝인 거 같아. 지금은 내가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설득하는 중인 듯.
내 주변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사람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밤샘 작업이 많아 잠이 부족하고 야근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삶의 방식이 맞지 않는다면 그 일을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큼,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였다.
나는 항상 둘 다 가지려니 애매했던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가도 그 라이프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 싶으면 지레짐작으로 포기해 버렸다. 이를 계속 반복하기만 했다. 좋아하는 일중에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일은 쉽게 나타날 리가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대신 삶의 질을 어느 정도 포기하던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어느 정도 포기하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문득, 나는 생각보다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보다는 어떤 '삶의 방식'을 원하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자유로운 일을 하며 살 수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삶의 방식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어떤 것인지 명확한 그림도 없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보지 못했기에.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전현무를 볼 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프린랜서 선언에 자극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의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 중인 A, 여행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해외여행 인솔자 B,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 C, 프리랜서 스타일 컨설턴트 D 등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노마드 [Digital Nomad]라는 형태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일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작가, 유튜버 등이 대표적이었고, 그 직업의 종류는 꽤나 다양해 보였다. 놀라웠던 건, 기존에 하던 일을 디지털노마드화 한 사람들도 있지만,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의 방식을 먼저 정하고 그에 따른 일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여행하며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디지털노마드가 된 사람들이 그 예. 이런 사람들을 보며, '나도 내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자유롭게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는 그들에게 하는 일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물론 각자 다른 대답이 돌아왔지만 공통된 답변이 있었다. 불안정 하지만 그만큼 자유롭다는 것. 안정적인 수입, 소속감, 사회적 성공과 같은 것들은 포기해야 하지만 자유도, 일상의 만족도는 높아졌다고 했다.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것. 이쯤 되니 나도 이런 삶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자유로운 일. 프로젝트 단위여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 회사원이라는 틀 안에서 답을 찾으려니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프리랜서, 창업, 디지털노마드 등으로 선택지를 늘리고 나니 가능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싶다는 허황된 생각도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모든 건 선택이고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현실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수입을 보완하기 위해 재테크를 통한 추가 수입을 확보하고자 방법을 구상 중이다.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프로젝트 단위의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수익을 창출할 정도의 재능이 무엇이 있을까 탐색해 보는 중이다. 마냥 좋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건 어느 선택이나 마찬가지일 것. 2년의 취업재수 시절, 50번 이상의 서류 탈락에도 다시 일어났던 기억을 되살려, 자유로운 삶을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해 보기로 했다.
모든 건 선택이고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다음편] 모닝 페이지를 통해 들여다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