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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쏭 May 05. 2018

모닝 페이지를 왜 쓰냐고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방법.

모닝 페이지랑 일기랑 다른 건가?


5년 전쯤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모닝 페이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면의 창조성을 깨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모닝 페이지였던 것. 너무나 매력적인 내용이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평소에 쓰고 있는 일기랑 뭐가 다를까 싶은 의구심이 있었던 것. 그러다 실제 모닝 페이지를 해 본 어느 유튜버의 리뷰 영상을 보고 다시 한번 열정이 불타올랐다. '그래, 나도 한 번 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일기와는 꽤나 달랐다. 처음에는 일기와 비슷했지만 쓰면 쓸수록 달라졌다. 모닝 페이지는 하루 3페이지를 써야 한다. 분량의 차이 때문일까? 첫 페이지는 일기랑 비슷한데 마지막 페이지는 평소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등 떠다니는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면 그제야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나왔다. 멋지게 잘 적으려 하지 말고, 생각의 흐름대로 막 적는 게 포인트. 처음에는 내가 쓴 글도 읽어보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지 말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의식의 흐름대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평소에 원하던 것을 쓸 수 있게 됐다. 나만보는 일기장에도 정돈된 생각, 자기검열을 거친 글을 적고 있었던 듯했다. 어느 정도 모닝 페이지에 익숙해졌을 즈음 내가 쓴 글을 한 번 읽어보았다. 알아볼 수도 없는 글씨, 낙서 수준의 그림, 이상한 표, 일기보다 자유로운 느낌의 글이 쓰여 있었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봐.. 아니,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일기장에는 적지 못했던 꽁꽁 숨겨둔 내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3달 이상 꾸준히 써보니,
모닝 페이지를 왜 쓰는지 알 것 같았다.


모닝 페이지에 적어놓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나? 알지 못했을 새로운 모습들이었다. 읽으면서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하고 내 안의 나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은 모닝 페이지를 시작하고 한두 달이 지났을 즈음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포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2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재미로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했다.


모닝 페이지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이 닦고, 물 마시고, 모닝 페이지를 쓰는 모닝 루틴을 만들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습관 뒤에 새로운 습관을 쌓은 것. <해빗 스태킹>이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노트와 펜을 잘 보이는 식탁에 항상 두기도 하고, 포스트잇에 크게 써서 붙여놓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해 매일은 쓰지 못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3~4일은 썼던 것 같다. 모닝 페이지만의 장점을 알게 되고 읽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지속할 수 있었다.


읽는 재미란,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예들 들면 평소와 비교해, 표현 욕구를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기도 했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기도 했으며, 나만의 작품을 갖고 싶어 하기도 했다. 춤을 추고 싶어 하기도 했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싶어 하기도 했다.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는 좀 비현실적인 생각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나와
모닝 페이지 안의 나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모닝 페이지 속의 나는 아이같이 그냥 내 즐거움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걸 한 번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것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느끼는 대로 막 끄적거렸다. 일기도 아니고 계획도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기하게도 낙서에 가까웠던 이 생각들은 일상에 조금씩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예전에 써 놓은 모닝 페이지를 읽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모닝 페이지 안에 적혀 있었던 것. 무의식 중에 내가 쓴 글에 내가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최근에는 게을러서 쓰지 못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집중해서 써 볼 예정이다. 평생 써도 좋을 것 같지만, 목표가 너무 크면 시작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우선 12주를 목표로 다시 써보기로 했다. 또 어떤 아이디어들을 적게 되고, 그중에 어떤 것들을 실행하게 될까? 새롭고 유쾌한 작은 일들을 벌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일상의 내가 너무 주어진 역할만 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뭔가 자유롭지 못하고 틀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면 모닝 페이지를 써야 할 타이밍이었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식탁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 맘대로 끄적이는 시간을 갖는 것. 모닝 페이지를 쓰는 시간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보다 꽤나 괜찮은 사람이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닌, 내 안어린아이 같은 자아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계속 쓰다 보면 긍정적인 변화를 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내 멋대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모닝 페이지를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모닝 페이지를 통해 발견한
엉뚱한 생각들을 실행해 나가는 요즘이 즐겁다.







[다음편]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릴 때 내가 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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