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방법.
모닝 페이지랑 일기랑 다른 건가?
5년 전쯤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모닝 페이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면의 창조성을 깨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모닝 페이지였던 것. 너무나 매력적인 내용이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평소에 쓰고 있는 일기랑 뭐가 다를까 싶은 의구심이 있었던 것. 그러다 실제 모닝 페이지를 해 본 어느 유튜버의 리뷰 영상을 보고 다시 한번 열정이 불타올랐다. '그래, 나도 한 번 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일기와는 꽤나 달랐다. 처음에는 일기와 비슷했지만 쓰면 쓸수록 달라졌다. 모닝 페이지는 하루 3페이지를 써야 한다. 분량의 차이 때문일까? 첫 페이지는 일기랑 비슷한데 마지막 페이지는 평소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등 떠다니는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면 그제야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나왔다. 멋지게 잘 적으려 하지 말고, 생각의 흐름대로 막 적는 게 포인트. 처음에는 내가 쓴 글도 읽어보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지 말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의식의 흐름대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평소에 원하던 것을 쓸 수 있게 됐다. 나만보는 일기장에도 정돈된 생각, 자기검열을 거친 글을 적고 있었던 듯했다. 어느 정도 모닝 페이지에 익숙해졌을 즈음 내가 쓴 글을 한 번 읽어보았다. 알아볼 수도 없는 글씨, 낙서 수준의 그림, 이상한 표, 일기보다 자유로운 느낌의 글이 쓰여 있었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봐.. 아니,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일기장에는 적지 못했던 꽁꽁 숨겨둔 내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3달 이상 꾸준히 써보니,
모닝 페이지를 왜 쓰는지 알 것 같았다.
모닝 페이지에 적어놓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나? 알지 못했을 새로운 모습들이었다. 읽으면서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하고 내 안의 나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은 모닝 페이지를 시작하고 한두 달이 지났을 즈음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포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2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재미로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했다.
모닝 페이지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이 닦고, 물 마시고, 모닝 페이지를 쓰는 모닝 루틴을 만들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습관 뒤에 새로운 습관을 쌓은 것. <해빗 스태킹>이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노트와 펜을 잘 보이는 식탁에 항상 두기도 하고, 포스트잇에 크게 써서 붙여놓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해 매일은 쓰지 못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3~4일은 썼던 것 같다. 모닝 페이지만의 장점을 알게 되고 읽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지속할 수 있었다.
읽는 재미란,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예들 들면 평소와 비교해, 표현 욕구를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기도 했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기도 했으며, 나만의 작품을 갖고 싶어 하기도 했다. 춤을 추고 싶어 하기도 했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싶어 하기도 했다.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는 좀 비현실적인 생각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나와
모닝 페이지 안의 나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모닝 페이지 속의 나는 아이같이 그냥 내 즐거움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걸 한 번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것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느끼는 대로 막 끄적거렸다. 일기도 아니고 계획도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기하게도 낙서에 가까웠던 이 생각들은 일상에 조금씩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예전에 써 놓은 모닝 페이지를 읽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모닝 페이지 안에 적혀 있었던 것. 무의식 중에 내가 쓴 글에 내가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최근에는 게을러서 쓰지 못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집중해서 써 볼 예정이다. 평생 써도 좋을 것 같지만, 목표가 너무 크면 시작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우선 12주를 목표로 다시 써보기로 했다. 또 어떤 아이디어들을 적게 되고, 그중에 어떤 것들을 실행하게 될까? 새롭고 유쾌한 작은 일들을 벌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일상의 내가 너무 주어진 역할만 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뭔가 자유롭지 못하고 틀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면 모닝 페이지를 써야 할 타이밍이었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식탁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 맘대로 끄적이는 시간을 갖는 것. 모닝 페이지를 쓰는 시간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보다 꽤나 괜찮은 사람이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닌, 내 안의 어린아이 같은 자아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계속 쓰다 보면 긍정적인 변화를 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내 멋대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모닝 페이지를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모닝 페이지를 통해 발견한
엉뚱한 생각들을 실행해 나가는 요즘이 즐겁다.
[다음편]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릴 때 내가 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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