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ia May 29. 2020

네가 어렸을 때.

The Gift 3.

나의 엄마, 너의 외할머니께서는

툭하면 전화를 하셔서 엄마에게 말씀하셨어.

"얘야~지금 당장 EBS를 봐라.

자폐를 고친 엄마가 나오고 있어!"


똑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 때,

엄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전화기에 대고 소리쳐버렸어.

"다시는 이런 전화 하지 마세요!"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아주 오랫동안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연락하지 못하셨다.


어떤 엄마들은 책을 읽어줬다 그러고

어떤 엄마들은 음악을 들려줬다 그러더라고,

어떤 엄마들은 수영을 가르쳤다 그러고

그래서 아주 좋은 효과를 봤다더구나.


그때 엄마는 마음속으로 외쳤어.

도대체 이 중에 내가 안 해본 것이 있냐고!


너는 그림을 그려서 마음을 표현하지.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지.

우리의 모습이 티비에 나왔을 때

어떤 엄마는 또 친정엄마의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을 지도,


지금 티비에서 그림으로 소통을 하는

자폐 여자아이가 나오고 있다고

너도 그 아이의 엄마처럼

그림을 가르쳐 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러면 그 엄마도 참다 참다가

자기 엄마에게 쏘아붙일까?

다시는 이런 전화 하지 말라고,

그리고 한참 동안 후회했을까?


엄마도 너를 통해 알게 된 거지만

세상엔 너무 많은 치료센터가 있고

그곳에는 정말 많은 너희들이 있더라,

이건 정말 한 번도 상상조차 못 한 일.


지금은 나의 엄마, 너의 외할머니와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로 돌아갔지만,

그때는 그런 식의 갑작스러운 조언이

엄마를 제일 아프게 하는 돌멩이 같았어.


네가 어렸을 때 엄마는 슬펐었지만

그건 엄마도 어렸기 때문이었어  

이제 너는 열여덟 살 엄마는 마흔아홉

철이 들 때도 한참 지났다면 지났지만,


철드는 건 당분간 사양하겠어,

당분간 너의 친구로 남아야겠어.

네가 더 많이 커서 외롭지 않을 때까지

네가 더 튼튼해져서 불안하지 않을 때까지


예전에는 엄마만 따라오라 했지만

이제 엄만 우리 딸만 따라가려고,

생각해보니 엄마는 평범한 사람이고

우리 딸은 특별한 사람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네가 어렸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