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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Cat May 13. 2016

가난한 여행자를 위한 끄럴란

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길 ~

씨엠립에서 프놈펜 가는 길의 풍경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단조롭다. 씨엠립을 출발해 프놈펜으로 가는 길은 계속 반복되는 누런 흙과 나무 마치 복사 붙여넣기를 한 듯이 같은 풍경만 창밖을 지나친다. 잠을 자기 좋은 풍경이다. 아니 잠이 오는 풍경이 지나쳐 간다.


먼지만 날리고 도로 위 중앙선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으며 길은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한다.
해가지면 가로등이 없어 이 도로는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다.

캄보디아 여행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앙코르왓 씨엠립을 생각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명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앙코르왓은 국기에도 그려진 캄보디아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전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는 도시다. 이번 여행지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이다.

씨엠립에서 차로 달려 최소 6~7시간 반은 달려야 프놈펜에 도착한다. 도로 사정에 따라 달리는 시간에 차이가 있다. 차도 안 밀리는 도로지만 희한하게 빨리 달릴 수는 없는 그런 도로였다.


도로 옆 노점상들


길은 한국의 도로와 비교하면 시골의 국도 같지만 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고속도로다. 배도 살짝 고프고 길 옆 노점상이 보여 무얼 파는지 궁금해 잠시 멈췄다.
화장실이 있고 식당이 있는 마을은 아직 2시간은 더 달려야 한다.
간식거리라도 있으면 적당히 먹고 가기로 했다.


바구니 속에 담겨있는 대나무 통밥


바구니 속에 대나무통이 담겨 있다. 끄럴란이라 부르는 캄보디아식 대나무 통밥이다.


대나무를 굽고 있다.


끄럴란이라 그러고 보니 몇 번의 캄보디아 여행 중 이걸 한 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어 이번에 한번 먹어 보기로 했다. 가격도 저렴해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들이 적당한 한 끼 식사일 수도 있다.


잘 구워진 끄럴란


불에 구워진 껍질을 벗기고 짚을 빼내고 안에 있는 익은 밥을 빼서 먹으면 된다. 
이 더운 나라에서 뜨거운 음식이라니 싶지만 이열치열이라고 하지 않는가.


끄럴란


바나나 잎에 싸서 대나무 속에 넣고 그 위에 짚을 넣어서 불에 적당히 익혀서 먹는 그런 음식이다. 밥은 꼭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약밥처럼 뭉쳐져 있다.


대나무 속에 밥


따끈따끈한 찹쌀밥이 보인다. 끄럴란을 만드는 방법은 콩, 밥 그리고 코코넛 즙을 버무려 바나나 껍질로 싸서 대나무 속에 넣고 2시간 정도 불에 구워 익힌다고 한다. 불에 구워진 대나무는 과자 바스러지듯이 부서진다. 대나무 껍질이 타서 거을음이 손에 묻는다.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약밥을 먹듯이 손으로 조금씩 떼서 먹으면 되는데 맛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조금 떼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보니 살짝 단맛이 나며 쫀득쫀득한 찹쌀과 함께 콩이 고소하다. 
뜨겁지도 않고 적당하게 따뜻한 느낌의 찰밥이다. 입안에 코코넛과 바나나 향이 살짝 감돈다.

살짝 허기가 느껴지는 배가 바로 반응한다. 좀 더 넣어 달라고 ~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에게 한 끼 식사로 어쩌면 딱 적당한 음식이며 여행 중 간단한 한 끼 식사로 타협이 되는 음식이다. 
단 식어버리면 빨리 쉰밥이 되니 껍질을 까면 빨리 다 먹어버리는 게 좋다.

프놈펜 가는 길 중간 휴게소


3시간여 달려 그래도 작은 식당과 시장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계속 같은 풍경만 보고 달려와서 그런지 이곳의 풍경은 생경하다.

시원한 탄산음료로 목을 축이고 잠깐 스트레칭을 하며 주변에 노점에 파는 물건을 구경했다.


벌레를 팔고 있는 노점


아주머니 이방인에게 관심이 없다. 주로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이라 어차피 우리에게 신기한 눈 요깃거리일 뿐이지만 좌판에 팔고 있는 것들은 벌레에 양념을 한 것들이다. 우리도 먹는 메뚜기도 보인다.
우리가 젓갈을 담그듯 이곳은 벌레들을 그렇게 한다. 그리고 이 가난한 나라에서는 단백질이 아주 풍부한 음식이기도 하다.


벌레젓갈


주로 딱정벌레나 메뚜기류다 정확하게 종류는 모르겠지만 거미튀김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오늘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비주얼 때문에 사실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지만 동남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소금에 절여서 양념이 되면 습한 기후에 상하지도 않고 꽤 오래가는 고단백 식품이기도 하다.


사진 찍어달라 조르던 아이


왜 이렇게 카메라 앞에 머리를 들이대는지 바로 출발해야 했기에 한 컷 담아주고 손을 흔들었다.

씨엠립에서 프놈펜 가는 길은 단조로운 풍경의 연속이다. 비 포장도로에서 덜컹거림이 없었다면 아마 계속 잠을 잤을 텐데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창밖을 보면 나무와 누런 벌판만 계속 보였던 거 같다.

씨엠립에서 프놈펜까지 비행기로 가면 1시간 정도지만 차나 버스를 이용하면 대략 6~7시간을 달려야 한다. 도로는 단 하나 캄보디아는 전기 공급률이 낮아 도로에 가로등이 없어 야간에는 위험하니 낮에 이동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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