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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 Nov 15. 2022

수업 시작 10분 전

낯가리는 강사의 강의 기록 2

수업 종이 울린다. 아이들은 나를 등지고 친구들과 웃고 떠든다. 

“얘들아….”

아이들은 계속 떠든다.

“얘들아…. 수업 시작했어. 바로 앉아야지.”

아이들이 바르게 앉는다.     



처음부터 아이들을 가르쳤던 것은 아니었다. 2년전, 18년 직장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퇴사를 하고 난 일주일 동안은 늦게 일어나도 돼서 좋았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하며 책을 읽는 여유와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해 다닐 수 있다는 선택권이 생긴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막막함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나의 일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안고 안전했던 직장을 떠난 나였지만, 어느새 불안하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1인 기업과 창업이란 말로 강의를 들으라는 광고에 마음이 가기도 했다. 이 강의만 들으면 당장이라도 월 5백은 ‘누워서 떡 먹기’처럼 될 것 같았다. 난 쉽게 유혹당했지만, 누워서 떡 먹기를 포기했다. ‘나를 알기 위한 것’은 잡힐 듯 말 듯 신기루처럼 같이 느껴졌다. 아는 것 같았다가도 저 멀리 날아갔다. 그러다 글쓰기를 하게 됐다. 하루에 10분 매일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매일 일정한 시간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쓴 글 대부분은 나의 분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나의 연대기가 정리되었다. 글로 실컷 욕하고 나니 속이 풀렸다. 콘텐츠는 못 만들었지만, 무엇인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 쓰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2021년에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일인일저(一人一著) 강사 양성 과정을 1년 동안 들었다. 이미 수료한 사람 중에 독서, 글쓰기, 그림책으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었고, 나처럼 아무 경험도 없이 강의를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그것이 시작할 힘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제일 두려웠던 점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대부분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특성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이건 스스로가 정한 한계와 회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무서웠다. 아이들이 나에게 어떻게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안고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 보조 강사로 들어갔을 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발표도 잘하고 글쓰기에도 거침이 없었다. 뉴스에 보면 잠자는 자신을 깨웠다고 선생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욕하는 학생들이 보도됐었다. 뉴스에 나왔던 사건으로 학생 전체를 오해했다. 아이들을 어색하게 두리번거리며 쳐다봤다. 뒤에서 우두커니 서 있기도 하다가 활동 시간 질문이 나오면 가능한 답변은 해주기도 했다. 서서히 다가갔다. 아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와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색한 거리가 존재한다.     



수업 시작 10분 전, 교실에서 다른 과목 선생님이 수업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 선생님이 나오기를 교실 창문에서 쳐다보는데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지금 2회차 수업인데 언제 끝날지 마지막 날짜를 확인한다. 처음 강의를 수락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사람은 말하고 읽고 쓰는 존재이다. 쓰는 것은 밥을 먹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삶에서 글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없었다. 알게 모르게 글을 쓰고 있었는데, 정작 글을 쓴다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한다. 그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 한 단계 문턱을 넘으면 다양한 글쓰기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책쓰기는 기록의 모음이다. 쉬는 시간 10분은 꽤 긴 시간이다. 생각의 흐름이 끊임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     

오늘도 수업 시작 전부터 떨고 있는 나는, '오늘도 무사히' 라는 마음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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