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재소녀 Feb 03. 2021

지원하지 않은 부서에 발령받았다.


신입사원 OT에 가서 부서와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받았다. 지원하지 않은 부서였다. 내가 지원했던 팀은 '운항훈련팀'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부서인지 몰랐지만 우대 사항에 전공 제한이 없었고 '교육'과 '훈련'이 연관성이 있어 보여서 지원했었다. 그런데 내 이름표에 적힌 팀은 '운항표준팀'이었다. 


지원하지 않은 부서에 배치받은 이유는 이랬다. 


첫 번째, 나는 처음 지원한 운항훈련팀에는 떨어졌다. 

두 번째, 운항표준팀에서 충원 요청을 했다. (원래 했던 요청이 누락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세 번째, 운항표준팀에서 요구한 '영어를 하는 신입사원'의 조건에 맞는 사람이 나였다.


그렇게 탈락의 기로에서 운항표준팀의 요청에 따라 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운항훈련팀 합격자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오지 않았다. 입사를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배치받은 대로 운항표준팀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지원했던 운항훈련팀으로 갈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각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구성원이 어떤지도 모르니까.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온 재직자 두 분이 운항표준팀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다고 했다. 업무도 업무거니와 구성원이 적응하기 더 편할 것이라고. 그때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배치받은 대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조종사 본부의 운항표준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그때 만약 운항훈련팀으로 들어갔더라면, 아마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을 것이다. 공석을 채운 내 동기 언니가 그러했듯이. 


순간의 선택이 내 회사 생활의 길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운항표준팀의 일반직 사수는 두 명이었다. 모두 사원이었고 나와 나이 차이는 각각 7살, 8살 정도. 내가 생각한 '동료'의 나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16년 당시에도 25살은 취업하기에 어린 나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친하게 지내게 되었지만, 초기에 정말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사수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린애가 들어온 것일 테다. 


팀에 들어가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조직개편이 되었기 때문에 첫 팀의 구성원이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도, 나를 포함해서 일반직 3명에 조종사가 5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조종사라니. TV에서도 잘 보기 힘들던 조종사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유니폼을 입고 회사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았을 때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지원하지 않은 부서였던 운항표준팀에 배치받은 덕에 나는 이 회사에서 아주 오랜 기간을 보내게 된다. 대학교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가진 나의 20대 중후반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