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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Mar 29. 2022

길고도 아팠던 오미크론 후기


증상은 새벽에 시작됐다. 목이 아프고 약간의 근육통이 있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잠에서 깼다. 며칠 전에 옆자리 직원이 확진이 되어서 잠복기가 있을까 조금 불안하던 차였다. 출근 전 자가 진단 키트로는 음성이 나와서 출근을 했다. 출근길에 잠시 근육통이 심해지긴 했으나 회사에 도착하고 나니 통증은 완화되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부터 갑자기 근육통이 심해졌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서부터 안 좋아지더니 식사 후에 자리로 오니 가만히 서있기 힘들 정도로 몸이 아팠다. 자가 키트는 음성이었지만 몸이 아픈 게 심상치 않았다. 우선 진통제를 먹고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갔다. 


약 기운에 근육통은 잦아들었으나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증상이 있다고 하자 의사 선생님은 코를 정말 깊게 찔렀다. 그런데 신속항원검사는 음성이었다. 초기에는 반응이 안 나올 수 있으니 우선 약을 먹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바로 재택근무를 위한 짐만 챙기고 퇴근을 했다. 그날 저녁 자가진단 키트를 목에다 하니 희미하게 양성이 나왔다. 


다음날 아침, 재택근무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근육통은 없어졌으나 열이 나기 시작했고 인후통이 심해졌다. 바로 연차를 쓰고 다시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결과는 또 음성이었다. 차라리 코로나 확진이 되어야 맘 편하게 재택근무를 할 텐데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증상 발현 둘째 날은 정말 힘들었다. 약 기운이 돌 때는 앉아있을 만하다가 오후 즈음 약 기운이 떨어지자 어지러움이 심해졌다. 식욕이 전혀 없었고 음식이 들어가지 않았다. 약을 먹기 위해 밥 몇 숟가락만 겨우 먹는 수준이었다. 저녁에는 메스꺼움이 너무 심해서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심장 통증이 갑자기 올라와서 불안해지기도 했다. 


셋째 날 아침 다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갔다. 병원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번에도 음성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희미하게 두 줄이 나왔고 의사 선생님은 양성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이제야 재택근무를 편하게 하겠구나, 했다. 유증상으로 회사에 나가는 것도, 계속 재택근무를 하는 것도 모두 눈치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날부터 조금씩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화상으로 면접과 면담을 진행해야 했는데, 말을 길게 하지 못했다. 한 문장 말하면 기침이 한 번씩 나는 정도였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들었다. 


코로나 증상 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메스꺼움과 인후통이었다. 증상 발현 2, 3일 차에는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그나마 밥을 먹으면 괜찮아졌는데 밥이 잘 안 들어가는 게 또 고역이었다. 먹은 게 없어서 어지러움이 있었던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인후통은 새벽과 아침이 가장 심했다. 증상 발현 6일 차가 될 때까지 매번 새벽에 목이 아파서 깼다. 목구멍이 없는 것처럼 빈틈없이 부었고 침을 삼키면 목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을 먹으면 목이 가라앉아서 해가 떠있을 때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2-3일 차가 지나자 하루하루 증상이 완화되었다. 증상 발현이 저번 주 화요일이었는데, 월요일이 되자 목이 붓지 않았고 기침도 많이 사라졌다. 7일 차가 되었으나 완치라고 하기에는 아직 몸이 온전치 않다.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해진다.


피로감이 가장 큰 부작용인 것 같다. 조금만 집중하거나 집안일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면 몸이 금세 피로해진다. 평소에는 12시 즈음 잠이 들었는데 약을 먹지 않아도 11시면 잠이 쏟아진다. 시간이 더 지나 봐야겠지만 이 정도 피로감이면 출퇴근이 정말 힘들어질 것 같다.


남들 다 걸리는 코로나 나는 안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걸리더라. 오미크론이 경증이라는데 이게 경증이면 진짜 코로나는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백신 2차 접종에도 확진자가 곁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감염되는 듯하다. 드디어 목요일이면 격리가 해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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