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발자 인턴 면접이 있는 날이다. 작년부터 세 자릿수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본부 인원이 줄은 곳이 딱 한 곳 있다. 개발 본부다. 퇴사는 많은데 입사는 없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개발자 채용이 더딘 이유가 있다.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회사는 경력직을 원한다. 이건 모든 부서, 포지션에서 마찬가지다. 신입을 원하는 부서는 없다. 개발자 포지션을 오픈하면 전공자보다는 국비 지원으로 교육받은 분들이 많이 지원을 한다. 안타깝게도 회사에서는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돈 주며 교육시키는 기관이 아니니까... 입사와 동시에 바로 돈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런데 지원자 중에 경력 있는 사람은 적다. 그중에 우리와 결도 맞아야 하니 인재풀 자체가 적다.
두 번째는 우리 회사만의 셀링 포인트가 없다는 것. 다른 직군에게는 우리 회사만 제공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가 있다. 웹툰/웹소설/영화까지 자사 IP 가 있는 회사, 특정 장르에 특화되어 니치 마켓을 타깃 할 수 있는 회사, 웹툰 계의 양대 산맥 카카오, 네이버 외의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괜찮은 복지,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등등. 그런데 개발자들이 갈 수 있는 회사 중엔 좋은 곳이 정말 많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지원하게 만들 유인책이 없다. 같은 실력이라면 나라도 연봉 많이 주는 회사, 인프라가 더 잘 갖추어져 있는 회사로 지원할 거다.
세 번째는 재택근무를 안 한다는 것. 이 인사이트는 저번 주 퇴직 면담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재택근무 가능한 회사 리스트가 공유된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재택을 안 한다. 거리두기 최고 단계 일 때는 재택근무를 했지만 그 마저도 근무 인력의 몇 % 만 가능했다. 물론 실제로 그 비율이 지켜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발자 분들은 타 직군 대비 재택근무를 더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주 2일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제안해놨는데 실제 시행될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아쉽다.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좋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회사의 근무 조건이 충분한 개발자 분들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테다. 언젠가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겠지. 오늘 인턴 면접을 하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분들이 뽑히기를 소망해본다. 사회 초년생의 싱그러움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