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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의 남자 Jul 02. 2022

Antigua Casa de Guardia in 말라가

먹는자의 기억법 #6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게가 대개 30~40년 이상 존속되면 노포라는 타이틀이 붙곤 한다. 그런데 스페인 해안의 작은 도시 말라가에 자리 잡은 이 허름한 와인바는 연식이 무려 182년이다.


1840년 그러니까 중국에서 아편 전쟁이 시작되고 조선에서는 헌종 임금이 집권할 시기 이곳이 처음 문을 열었다는 얘기.


벽면에 켜켜이 쌓인 오크통에서 실시간 숙성 중인 다양한 스페인 와인들이 밸브만 당기면 쏟아져 나온다. 포스기를 쓰는 대신 직원이 테이블에 분필로 금액을 쓰고 지우고 덧쓰기를 반복한다.

이곳의 모든 것은 투박하고 예외없이 낡았으되 정확히 그만큼 멋스럽다. 세월에 익어가는 와인과 그 이상으로 무르익은 가게의 분위기는 그 어떤 자본으로도 흉내내거나 급조할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 공간.


Alameda Principal, 18, 29005 Mál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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