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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의 남자 Jul 05. 2022

El Paseo Ibérico in 코르도바

먹는자의 기억법 #7

을지로 통일집이나 충무로 산수갑산에 금발벽안의 외국인이 발을 들여놓으면 주인장이 느낄 법한 감정이 있을 터다. 동양인이 좀처럼 찾지 않는 소도시 코르도바의 한적한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노포의 주인장에게 그러한 감정을 선사했다.


짐짓 아무렇지 않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는 무뚝뚝한 주인장이지만, 나는 안다. 낯선 이방인의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방문에 당혹감과 호기심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Esta bueno!”


이 한 마디를 던지니 10초에 한 번씩 날아들던 그의 흘깃거림이 멈추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곤 슬며시 다가와 시키지도 않은 와인을 첨잔해주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황급히 그리고 수줍게 돌아서는 그.


온기는 높은 확률로 온기를 낳는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도.


C. Lucano, 2, 14003 Córd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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