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스탄불 Istanbul, Türkiye

떠도는자의 기억법 #18

by 모래의 남자

6/30-7/4


실로 오랜 세월 쌓여온 동서양의 문화가 흥미롭게 공존하는 공간. 동로마 그리고 오스만 제국을 거치는 오랜 기간 중심도시로 기능해왔음을 증명하는 찬란한 흔적. 다만 그 문화적 뒤섞임의 결과물이 융합인지 혼합인지는 애매한 느낌.


번잡한 거리의 활기와 다양한 진미의 탁월함, 눈길을 잡아끄는 볼거리들의 향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것들과 대비돼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당한 지역강국임에도 숨기지 못하는 빈곤과 착취의 흔적.


널뛰는 물가와 환율, 그리고 납득하기 어려울만큼 치솟은 주요 관광지 입장료(어제 올라온 구글 리뷰와 심하게는 2배 차이가 나기도 하는, 말 그대로 ‘싯가’). 여기에 귀엽게 봐줄 수준을 수시로 넘어서곤 하는 장삿속 지나친 눈속임까지.


유러피안 사이드인 구시가지(광화문)와 신시가지(명동)를 벗어나 아시안 사이드(을지로)에 가면 편안함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지만, 매일같이 페리를 타고 바다를 오가는 것도 여행자에겐 좋은 선택지라고 할 수 없을 터.


지금껏 이곳을 방문했던 많은 이들의 좋은 추억과 향후 이곳을 찾을 이들의 기대감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도시를 지탱할 원동력이 되겠지만, 글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피아 Sofia, Bulga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