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수고하는 손길, 감사의 마음
어머니께서 칠순을 맞으셨습니다.
아버지 때처럼 부모님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고이 아껴뒀던 식사권을 가지고 워커힐 안의 중식당을 찾았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요리들과 감성을 채우는 음악 속에 정다운 대화들이 1시간 30여 분간 이어졌습니다. 여기 음식의 역할도 있겠지만, 역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는 이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같습니다. (며느리인 아내의 의견은 묻지 않았습니다~^^)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피곤했던 한 주가 기분좋은 자리를 통해 피로가 가시고, 마음이 깔끔해졌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만, 문득 매장 매니저 분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줄곧 웃음 띈 눈빛으로 음식을 서비스해서 몰랐는데, 살색 파스가 그녀의 손목을 둘러싸고 있더군요. 맛난 요리의 가치를 더해주는 식기들, 그 고급지고 묵직한 것들을 연신 나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은 분명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무거운 법인 것 같습니다.
맛있는 식사에는 수고의 손길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한 값진 식사시간을 위해 안팎에서 고생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70년 삶의 무게를 묵묵히 버텨오느라 다리가 성치 않아진 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부디 거동이 더 불편해지기 전에 더 많은 나라와 명소를 함께 거닐 게 되길, 아들이라고 있는 게 무거운 음식 접시처럼 어머니를 짓누르지는 않길 소원합니다.
오늘보다 더 맛있는 식사를 어머니와 나누는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