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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트 Oct 02. 2019

뉴욕, 쇼핑에 대하여

아이와 뉴욕에서 한 달 살기 9.

출국을 할 때 우리 모자는 트렁크를 달랑 하나, 그것도 속을 텅텅 비워서 갔다.

한국에서 입었던 옷들은 웬만하면 입지 말고, 필요하면 현지에서 사자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불부터 시작해, 아이 신발, 외투, 양말, 장갑, 발 워머, 주방용품, 문구류 등 꽤 많은 생활용품을 쇼핑해야 했다. 피곤했지만 즐겁기도 한 일이었다.

원래 쇼핑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어서 여러 물건을 두고 결정해야 하는 것은 좀 어려웠지만(결정장애..)

현지의 물건들이 국내와는 다른 스타일이 많아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쇼핑하는 그 자체가 현지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입고, 쓰고, 신고, 버리는 일이 살아가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많이들 아는 쇼핑센터도 있고, 잘 모르는 쇼핑센터도 눈에 띄는 대로 가보았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현지에서 몇 년을 산 나의 룸메는 뉴욕에서의 쇼핑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DSW도, 센츄리 21은 물론, 집 근처에 있던 JC페니 백화점이 어디인지도 잘 몰랐다.

대신 한국에서 공수해온 혹은 써왔던 홈쇼핑 화장품이며 외투, 신발 등을 만족해하며 사용했는데

아마 긴 유학생활 끝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인 듯하다.


아이는 장난감에, 나는 그 외 다른 것들? 에 흑심을 품고 함께 쇼핑을 즐겼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위한 쇼핑몰 내 키즈카페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조금 지루해하기도 했는데 미리 작은 장난감을 사주어 달래거나 다음에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매장에 데려갔다. 아이들은 작거나 단순한 장난감이라도 흥미로운 것이면 그것을 가지고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다.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곳은 다음에 정리하기로 하고.

여러 가지 생필품을 쇼핑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정리하였다.



1. 센츄리 21


링컨센터근처에 위치한 매장.  우측은 예전 브루클린 매장사진.


말해 무엇하는가.

섹스 앤 시티로 인해 더욱 많이 알려진 명품 할인 백화점.

나도 서너 번은 갔었다.

중저가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다가왔다.

아이 신발과 의류들을 샀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들을 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의류들이 많았는데 글로벌 캐릭터 위주로 품목이 많아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시 뉴욕에 언제 올진 모르지만 회색 멤버십 카드로 만들어 포인트도 쌓았다.

귀국하고 나서도 당분간 프로모션 정보가 나의 이메일로 날아들었다.

좋았던 여행 기억에 그런 메일들도 반가워 지우지 않고 들여다보곤 했다.

아래층에는 테이블웨어 등 주방 용품이 있었는데 다양하고 예쁜 냅킨과 테이블보, 앞치마가 있어 구매욕을 자극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에 걸맞은 분위기의 소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이들 제품도 예쁘고 특이해서 '카' 자동차가 손잡이에 장식되어있는 빨간 우산을 사주었고,

뉴욕 경찰차(NYPD)를 본뜬 소리가 나면서 출동을 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장난감은 고장이 없었고, 부서진 곳 없이 잘 작동한다.



2. DSW

신발을 파는 곳이다.

디자이너 슈즈 웨어하우스의 준말.

다양한 신발들이 대형마켓의 물건들처럼 선반에 층층이 진열되어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이라 나도 눈독을 많이 들였었다. 맨해튼에만 네 군데의 매장이 있고 인터넷 사이트도 있으니 잘 활용할 수 있다.

슈즈뿐만 아니라 가방이나 양말과 같은 액세서리도 판매하고 있다.




3. 베드 베쓰 앤 비욘드

말 그대로 욕실용품과 침구류 과자와 음료수 등 간단한 식료품, 소형 가전제품 등을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이불로 통칭하지만 현지에는 솜이불인데 솜과 커버가 일체 된 comporter, 커버를 따로 분리할 수 있는 duvet, 담요인 blanket 등으로 나뉜다.

크기에 따라서 침대 사이즈처럼 king, queen, twin, 성분에 따라 cotton인지 poly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첫날 도착해서 comporter 침구세트를 샀는데 합리적이면서도 퀄리티가 좋았다.

다만 날씨가 너무 추워 오리털 이불로 바꿔야 할 것 같아 반품을 하고 이케아에서 오리털 이불과 베개를 사야 했다.

센츄리 21에서도 아이들용의 예쁜 캐릭터 침구세트를 합리적으로 보이는 가격에 구비되어 있어 사려고 했으나 원산지를 보니 Made in KOREA라 사기를 그만두었다.

미국에 와서 한국 이불은 산다는 것?.. 한국 이불은 한국에서도 많이 파니.. 난 미국 이불을 사야겠어 라고 생각을 했다.

둘러보니 많은 이불 제품이 한국산이었다.

한국이 유명 이불 제조국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었다.




4.J.C 페니.

매일 지하철을 타러 오가던 길목에 있던 JC페니 쇼핑몰.

특별히 무얼 사려고 들어간 건 아닌데 여긴 뭐하는 곳인가 싶어 들어가 보았었다.

나의 경우 영어에 익숙치 않으므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간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J.C 페니라는 이름도 낯설었고 메이시스처럼 화려해 보이지도 않아 평소에는 관심 두지 않았던 건물이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주로 판매했고 국내에서도 자주 봤던 브랜드들도 많았다.

1902년에 설립되었으니 꽤 역사 있고 미국 내에서는 유명한 쇼핑몰이었다.




5. K마트

월마트만큼이나 미국 내에서 유명한 마트이지만 현재 규모는 비교적 작다.

월마트가 변두리의 넓은 곳에 창고형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면 K마트는 도심에 위치해 있고, 여러 품목을 조금씩 구비해놓은 느낌이다.

펜 스테이션 지하를 지나가다 보면 붉은 간판의 입구가 있는데 여기도 우연히 들어가 보게 되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어 지상의 건물까지 이어져 있고 마트에서 파는 웬만한 제품은 다 있었고, 옷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아이들 턱시도나 드레스도 사이즈 별로 구비되어 있어 파티 준비를 하러 오기에도 좋을 듯했다.

또 다른 지점은 조금 남쪽인 이스트 8번가에 위치해 있는데 역시 지하철을 끼고 있다.



6. 유니클로 및 H&M

나의 숙소는 앞서 말했듯 펜 스테이션 근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긴 쇼핑하기에 너무나 좋은 위치였다.

메이시스 백화점 본점과 위에 언급한 쇼핑센터들이 거의 위치해 있고, 그 외에 더 많을 것이다.

내가 한 달 동안 설렁설렁 본 것만 이 정도이니 말이다.

놀랐던 것은 스타벅스가 번화가 블록마다 위치해 있듯

유니클로와 H&M 역시 큰 블록 코너마다 대형매장으로 자리해 있었다.

걷다 보면 같은 브랜드 매장을 또 볼 수 있었고, 어떤 곳은 규모가 좀 커서 더 많은 품목을 접할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나 지금은 그 수가 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미드타운에서 타임스퀘어 까지는 대중적인 브랜드를 쇼핑할 수 있는 쇼핑의 천국인 듯하다.

자라나 포에버 21도 맨해튼 에 3~4곳의 지점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땐 브랜드들이 대대적인 세일을 하던 시기였으므로 난 자라에서 아이의 오리털 파카를 득템 했고, H&M에서는 워머와 셀프로 똥머리를 만들 수 있는 제품, 아이들 옷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10달러짜리 무료쿠폰을 받아서 요긴하게 썼고, 영수증 끝에 쿠폰이 달려있기도 했다.



7. 세포라

많이들 아시는 프랑스 화장품 전문매장이다.

이 또한 뉴욕 구석구석에 지점이 많아(특히 미드타운과 타임스퀘어 근처) 자주 볼 수 있다.

화장품을 마음껏 테스트해 볼 수 있어서 좋다.

거의 모든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종류별로 모아 적극적으로 꾸며 놓았고, 사람들도 늘 북적였다.

어반 디케이 스타일의 아이섀도 팔레트가 유행할 때라 나도 하나 사고, 바비 브라운의 브릭도 저렴한 가격에 득템 했다.




4. 토이저러스 및 베이비저러스

지금은 미국 내 매장들이 폐쇄되었지만 토이저러스의 명성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유니온 스퀘어 매장에 가니 정말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베이비 저러스도 같이 있어 유아들을 위한 식기도구나 장난감도 층고가 높은 매장 가득히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서 스킵합 식기세트를 싼 가격에 득템 했고, 분스 이유식기나 빨대컵 등 국내에서 당시 보기 어려운 브랜드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떨이처럼 매대에 가득 쌓아놓고 팔았다.)

미국 아토피 아이들에게 많이 이용되는 아쿠 아포 제품도 몇 통 사두어서 귀국해서 잘 썼다.

아이들 제품이 잘 세분화되어 있고, 디자인도 예뻐 손이 많이 갔다.


이 외에도

이케아, 메이시스 백화점, 원 페니 플라자 등 많은 쇼핑센터들이 구석구석에 있다.

여행하는 동안 이케아는 2~3번 갔었는데 별도로 정리할 생각이다.

 

쇼핑은 달콤하다.

그러나 나 같은 결정장애자 및 내성적인 성향의 여행자가 아이를 데리고 낯선 환경에서 쇼핑을 시도하는 것은 꽤 스트레스받는 일일 수 도 있다.

외국인 점원과 이야기하거나, 낯선 계산시스템 등이 두렵기도 하고

(실제로 홀푸드마켓 등에선 색깔별로 줄을  서고 화면에 그 색깔이 표시되는 캐셔에게 가서 계산을 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현금을 쓸 때 동전 계산하는 것도 처음엔 생소하다.

(내가 있을 당시 몇 년을 뉴욕에서 수학한 나의 룸메는 동전을 거의 쓰지 않았고 계산도 할 줄 몰랐다.)

외국인들에게 무언가를 묻는 것도 영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상황이 진행되면 괜찮은데 어떤 문제가 생겨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그럴 때 원활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험을 몇 번 하면 위축될 수 있다.

그래도 의문이 나는 점을 계속 물어보려고 애쓰고, 상황을 설명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가 필요한 물건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반품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사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반품할 물건에 대해 부담을 갖지 말고 말하면 된다.

카드만 쓰지 말고 현금을 주고받기도 하고 적응이 되면 거스름돈을 계산해서 건네기도 해 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현금을 쓸 때 지폐만 써 버릇하면 집에 계속 쌓이는 동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탁실 세탁기를 돌릴 때 쿼터(25센트 동전)는 유용하긴 하다.)

당장 필요하고 아주 기본적인 것은 챙겨 오되 그 나머지의 것들은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쇼핑을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장 필요한 걸 챙겨 오지 않으면 빨리 사야 한다는 조바심과 여행지의 상황을 잘 모르니 어디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난처함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

무언가 필요해서 사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쇼핑을 즐기겠다고, 쇼핑을 경험해보자는 정신으로 구석구석 흥미를 가지고 덤비면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작정하지 않아도 뉴욕은 쇼핑하기에 너무나 즐거운 환경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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