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떠나는 3박4일 데이트
여행지마다 각각의 최적기가 있다지만 내겐 휴학 자체가 여행의 최적기였다. 그렇다고 휴학의 주 목적이 여행인 건 아니었지만 여행이 휴학생활을 더욱 다채롭게 해준 것은 분명하다.
휴학기간동안 총 4번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그 중 첫 번째는 오키나와, 엄마와 함께였다. 엄마와 단둘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아마도 처음이었다. 자취생활을 한 뒤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건 식사 한 끼, 공연 한 편 정도였으니까.
내가 살가운 딸이 되질 못해서 늘 마음 한 켠에는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난 표현이 서투른 딸내미였다. 마음 속으로는 '엄마랑 여행 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저 행복하다고 외칠 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여행 내내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모든 표현을 한 셈이었고, 엄마의 손은 그걸 알아차렸다는 듯 따스했다.
그렇게 손을 잡고 걸으며 나눈 수많은 대화 속의 우린 모녀이자 친구였다. 손을 맞잡은 채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였고, 내가 엄마를 챙기기보다 엄마가 나를 더 챙기고 있음을 발견할 때 난 그저 엄마의 어린 딸이었다.
엄마에겐 우리의 여행이 어떻게 남아있을 지 모르겠다. 사실 하루 종일 비가 퍼붓기도 하고, 배탈이 나서 고생도 했던 여행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나의 하루하루에 엄마가 가득 차 있는 게 좋았다. 누군가 나에게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엄마랑 같이 가서" 좋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