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부부의 베이커리 창업 일지
가게를 하면서부터는 예상치 못한 아주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기분이 자주 들었습니다. 오늘은 남편과 제가 일에서 느낀 여러 부침과 생각을 조금 풀어볼게요.
먼저 베이커인 남편의 일부터 설명해 볼게요. 남편은 베이커리의 모든 제품을 오롯이 혼자서 만듭니다. 기존의 메뉴를 재료와 배합을 바꿔가며 테스트하고, 신메뉴도 꾸준하게 테스트해야 하죠. 작은 가게일수록 사장의 부지런함,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더 잘 보이기 마련이죠. 생산 외에도 중간중간 손님을 맞는 접객도 해야 하고, 재료 관리부터 시작해 전체적인 가게 운영을 책임져야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1인 빵집들이 아마 비슷할 겁니다.
남편은 수면 부족으로 심각한 만성 피로에 시달렸어요. 최소한의 휴식과 규칙적인 식사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불안과 피로에 휩싸여, 매일 아침 출근하는 새벽마다 울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온종일 온몸과 마음을 쏟고 나면, 집에 돌아와서는 숟가락을 들거나 씻을 기력도 없어 지쳐 쓰러지는 게 일상이었죠 .
그다음, 직장생활과 병행했던 저의 일을 살펴볼게요.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빵집 직원으로 살지만 그 시간마저 뜻대로 굴러가진 않습니다. 갑자기 알바가 출근을 못할 때는 일을 제쳐두고 가야 했어요. 너무 일이 많을 때는 매장에서 일하면서도 노트북으로 회사 일을 해야 했죠.
어느 날은 가게 오픈 1시간 전, 알바가 아파서 출근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회사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정말 절망적이었지만, 곧장 택시를 타고 달려갔어요. 택시에서도 노트북으로 일하고, 매장에서도 일해야만 했어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어지러운 날들이 많았고, 이도 저도 온전히 100%를 해내지 못하는 상황이 괴로웠어요.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수천 번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전쟁을 치르듯 자주 싸웠어요. 둘 다 너무 지쳤고, 일은 버겁기만 했고, 잘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불안이 극도로 치달았을 때니까요. 네 탓, 내 탓을 하며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밥 먹듯 싸웠죠.
우리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당연히 쉽지 않을 걸 예상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마치 너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그릇에 넘치는 일을 벌인 죄로 여기저기 두들겨 맞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이제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친 파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배운 건 많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급속도로 생각의 그릇이 커졌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하게 됐고요. 사업을 하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죠? 모든 것이 처음인 초보 서퍼일지라도, 한 치 앞도 모를 파도를 잘 읽고 올라타기 위해서는 안간힘을 쓰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