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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Nov 11. 2019

: 고양이는, 고양이는. 그리고 나는, 나의 너는.

탈 많고, 털 많고, 그래도 귀여우니까 다정하게.

시즌이 끝나서,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다. 

너는 출근해서 없는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휴가라 생각하고 온전히 즐겼다.

집 밖을 다녀올까, 가까운 스타필드라도 가서 둘러보다올까- 생각하다가

다녀오면 한나절이 지나있을게 뻔해서,

혼자서는 왠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나갈까 생각하는 것 또한 그만 두었다.

생각할수록 생각은 자꾸 꼬리를 무니까, 오늘만큼은 생각하는 것을 내려놓았다.

:-)


쿠팡을 열심히 뒤져서, 평이 가장 좋은 고양이모래랑 용품을 샀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몸을 두를만한 커다란 목욕수건을 샀다.


폭 안기는 것들이 좋았다.

커다란 목욕수건이라던가, 폭신한 침대의 두툼한 이불이라던가.

롱패딩을 입었을때 모자를 쓰고도 남는 품이라던가. 폭 감기는 것들-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네 품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네 품이 좋았다.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지만, 내가 작아서인지 네 품에 폭 안겼다. 

그리고 너는 그런 나를 알기라도 하는 듯 곧잘 안았다.


그래, 그런 포근함에 혹해서 시집왔겠지- 싶어 글을 쓰면서 웃음이 났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자면, 너는 분명히 맨 앞에 껴있을게 뻔할테니.

노트북이 깨졌다. 액정이.

뭐든 입으로 다 가져가는 연이가 갑자기 노트북 한 귀퉁이를 물어서 빠작하며 노트북이 나갔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는 손을 떨며 너에게 알렸고.

너는 바로 전화가 왔고, 나는 네 목소리에 엉엉 울어버렸다.


사실 별거 아닌 일에도 사람들은 종종 무너진다.

평소라면 지나갔을 법한 것 들도 가끔은 크게 와닿을때가 있으니까.


노트북이야 내일 오전에 삼성서비스센터가 문을 열면 수리를 맡기면 되는데,

그렇게 간단한 것들인데 그냥 엉엉 울어버렸다.


많이 놀란 네가 내 걱정을 건네는데,

그냥 더 서러워졌다.


혼자 견디고 살아가고 즐기는 내게, 너는 다정한 위로였다.

나의 다정한 위로.



추울까봐 거실에 보일러를 켰다.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해 내륙 지방에는 15년 만에 가장 빠른 한파 특보가 발령되고, 강원 산간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진단다. 한반도를 뒤 덮은 찬 공기는 태풍의 북상을 막는다고 하니 어째 하나씩 주고 받은 기분이다. 이번엔 태풍과 추위가 맞바꾸었다. 추운 건 대비할 수 있어도 태풍은 그렇지 못한다 생각하니 이득인 장사인가 싶으면서도 추위 조차 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어쩌나 싶다. 추위를 대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세상에 날씨 말고도 추워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문제다. 이를 테면 뜨거웠던 사랑이나 우정이나 사람의 건강마저도 추워질 수있는 영역 문제다. 지금 나도 감기로 시도 때도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있으니 추워진 사람 중 함녕이 되었다. 대비를 해도 시린데, 대비되어있지 않은 슬픔이란 얼마나 시리겠는가. 이별이 늘상 차가운 계절에 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언제나 쌀쌀한 바람을 연상시키는 걸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명확한 건 정말 사계절 하나뿐일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도 보면 입김을 후후 뿜으면서 이별을 얘기하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저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입김보다 뜨거운 숨을 나누며 입을 맞댔다.


겨울에 차가운 생각을 하는 것은 더욱 잔인했다. 손끝을 타고 오는 시린 기운이 척추 군데군데까지 침범해 가고 있다. 많은 이별을 생각하다보면 봄을 영영 잊은 채로 지내지 않을까. 그러니 겨울을 대비하는 무엇들을 생각했다.




초코에몽에 두유를 말아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가 금새 우울해졌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밀린 글도 좀 쓰며 하루를 보내고 싶었는데, 엉망이 된 것 같아서 속상했다. 그리고 엉망이라고 단정지었다.


너는 그냥 작은 아가고양이 였을 뿐이라, 내가 부주의했던건데. 나는 괜히 네 탓으로 돌렸다. 작은 고양이 네 탓으로. 침실에서 두시간을 파묻혀있다가 나왔는데, 잘 오지않던 연이가 와서 안겼다. 골골송을 부르거나, 안기는 연이가 아니었는데 정말이지 폭 안겼다.

눈 한번 제대로 마주쳐주지 않던 네가, 내게 눈을 맞췄다. 갑자기 뜬금없이 손을 주고는 눈을 맞췄다. 탈이 많더라도, 털이 많더라도 그래도 미워할 수가 없다 너를. 연이는 장모라 털이 날아다니고, 심바는 단모라 털이 바닥에 깔린다. 매일 하루에 두세번씩 청소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하고도 같이 사는 이유가 있다면 이 눈빛하나로 정리되겠지.


연이와 심바는, 샵에서 데려왔다.

심바는 2019년 02월 18일 생.

연이는 2019년 04월 29일 생.


너무 커버린 아이들이라, 샵에서는 분양이 잘 되지않아 구석에 있었을 수도 있겠다. 4개월정도가 지나면 분양이 잘 되지않는다고 했다. 이미 6개월이 훌쩍 넘어버린 아이들. 그렇게되면 샵에서 보호소로 보내거나, 업자들한테 판매가 될게 뻔했다. 눈에 밟혔고, 자기전에는 목에 가시가 걸린것처럼 내내 불편했다. 그리고선, 바로 결정해서 데려왔다. 나의 그이에게 선물이라는 허울좋은 핑계로 합리화로 욕심을 냈다. 그래도 나의 그이는 크다고 놀라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사랑스럽게 대했다. 어느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나와는 다르게 성큼성큼 다가갔고, 먼저 손을 뻗어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안았다.


나는, 사람이고 동물이고 거리를 유지해야 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달랐다. 내게도 성큼성큼 다가왔고, 거리유지를 좋아했던 내게 너는 상관없다는듯 불쑥불쑥 들어왔다.그러다보니 내 삶에 성큼성큼 들어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했고. 늘 클라셰 범벅이었던 내게 더는 마지막사랑이었고, 마지막 사람이었고, 내게 다정한 위로였다. 다정한 위로.


근무라 내일 퇴근하는 너를 나는 얼굴도 못보고 출근하겠지만, 케이크를 서둘러 만들고, 클래스를 끝내고 서둘러서 오면, 자고있는 네 이마에 입이라도 맞추고, 나도 옆에서 포근히 잘 수 있지않을까 생각을 하며 혼자 몽실몽실해진다.


연이와 심바가 아무리 사고를 쳐도, 예쁜 네가 가끔은 나를 서럽게 서운하게 만들어도 그래도 나는 이렇게 복닥복닥하며 이 추운겨울을 잘 버텨내겠지. 사랑하는 오늘을. 그토록 기다리는 내일을. 나는 그렇게 다정하게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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