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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식 Sep 22. 2017

내가 마케팅에 관심갖게 된 계기

삶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군 제대를 앞두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지리멸렬한 시간이 지속되던 어느 날, 평소 책을 끼고 살았던 동기의 권유로 내무반 한쪽 구석에 마련된 책장에 꽂혀진 책을 집어 들게 된 것은 정말이지 우연이었다. 그 수많은 책 중에 어쩌다 그것을 선택하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내가 꺼내 든 책은 《나비효과 블루오션 마케팅 100》이라는 파란색 표지의 책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돌풍을 일으켰던 마케팅 기법 100가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한 책이었는데 어떤 이유로 눈길을 사로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견도 담겨 있어 재밌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 성인의 연 평균 독서량이 10권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 나의 독서량은 아마도 평균 독서량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책과 담을 쌓고 살아오던 내가 순식간에 읽은 것 자체가 신기했으나 특별함을 느끼게 된 것은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책을 읽으며 고등학생이던 학창시절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같은 반 반장을 도와 선거 구호, 선거 송 등 새로운 컨셉과 슬로건으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선거 결과를 바꿔 놓은 짜릿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마치 내가 가야할 길을 발견한 듯이 과거의 유사한 기억들이 책을 통해 연결되고 전원이 공급되어 스위치가 한꺼번에 켜지는 것 같은 특별한 체험을 한 기억이 난다.  

 그날부터 부대 내에 있는 마케팅과 경영 관련 서적을 시간이 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어서 틈틈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며 인상적인 것들은 메모해 나갔다. 그렇게 제대를 앞둔 약 3개월의 시간동안 읽은 책의 수량을 확인해 보니 100여권이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제대를 하고 나서도 마케팅과 경영에 대한 독학은 이어졌다. 아마도 학문으로써의 접근이 아닌,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가까웠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케팅에 대한 탐닉은 취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케팅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그 확고한 신념으로 찾아 헤매다 시작한 직업이 ‘전시 주최자’였다. 기업이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성과를 돕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그러나 실무에서 기업을 직접 만나 컨설팅을 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게 되면서 ‘마케팅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은 모른 채 방법에 해당하는 전술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이전에 배우고 듣고 봐온 것들과 현장에서 활용되는 실무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마케팅의 범위를 넘어서 세상의 이치를 이해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케팅의 본질을 알기 위해 마케팅의 탄생 배경과 흘러온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역사를 들여다보니 자연스럽게 인과관계를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금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니 또다시 문화,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결국 역사의 흐름과 사회, 문화가 형성되는 배경에는 영토의 지리적 특성과 기후, 국제 관계등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의 최소 단위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세상 모든 일이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질, 마케팅에게도 존재하는 본질을 이해하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내가 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듯이, 누군가 이 글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성과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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