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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식 Nov 23. 2017

전시산업과 국가경제의 상관관계

혹시 전시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은 아닐까?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 순위를 보면 1위~5위까지 랭크된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순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세계 10대 전시대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시 산업이 활성화 되어 있는 나라들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선진국이니까’, ‘경제상황이 좋으니까 당연히 전시회도 발달했겠지’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무려 세계 경제 순위 11위의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판단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혹시 전시회가 그 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가설을 놓고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이들 나라는 공통적으로 전시회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매우 적극적이다.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미국에서 개최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 독일에서 개최되는 CeBIT(Center for Bureau of Information and Telecommunications/국제정보통신기기박람회)과 같은 유명 전시회들은 해당 산업의 세계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는 닉네임에서 최근 들어 ‘퍼스트 무버’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국은 전시산업 규모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더욱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실질적인 첫 무역박람회라 불리는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영국은 이 박람회를 시작으로 대영제국의 발전된 기술을 국제 시장에 알리며 자국제품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글로벌 전시 주최사로 이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세계 1,2위 기업(Reed Exhibitions / UBM)은 모두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4,0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일본 또한 세계 10대 전시대국 순위에 포함되어 있다.      


 전시회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는 2017년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세계 제조업 최강국’ 독일이다. 독일에선 매년 250여개의 대규모 전시회가 개최되는데 이 중 150개 이상은 국제 전시회로 세계 주요 전시회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주에 3건 이상의 대규모 국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 전시회를 참관하러 연간 1000만 명의 바이어가 방문한다고 하니 그들이 먹고, 자고, 즐기며 소비하는 활동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효과에 엄청나게 기여하고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어떻게? 전시회가 활성화 되었을까?    

  

 전시회는 거래를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탄생한 시장과 뿌리가 같다. 유럽 곳곳을 다니며 활동하던 상인들이 서로에게 평등한 중간 지점인 장소를 선정하고 정기적으로 특별한 날을 지정해 거래를 목적으로 만났던 것을 조금씩 제도화 시켜 발전시킨 것이 전시회이다. 그렇다보니 9개의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며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이 위치상 가장 적합했고, 경제적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철도 항공 등 교통의 인프라가 함께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와 함께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전시회가 지금과 같이 전문적인 모습을 갖추는데 더욱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어쩌면 독일은 800년이라는 역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이전 시대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람들의 욕구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생산되는 공급이 사람들의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시장은 점점 세분화되고 고객이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특정 분야의 산업을 대표하고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목적이 뚜렷한 사람들이 모여 거래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제도화된 전시회가 생겨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독일을 비롯한 전시 문화가 선진화된 나라에서 개최되는 현대 전시회의 모습이다. 물론 중세 유럽 특별한 날에 열렸던 시장이라는 의미의 메쎄(Messe)에서 시작하여 세계 2차 대전에서 패전하고 산업 기반이 붕괴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단기간에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좋은 조건도 있었지만, 전시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국가 역량을 집중했던 독일 정부와 끊임없이 가치를 키우는데 집중했던 주최사, 전시회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기업의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주목할 점은 여기에 있다. 독일 기업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뭐냐고 질문하면 단연 전시회라고 답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독일 기업인들의 수출 80% 이상이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독일에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불리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유독 많은 이유도,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전체 기업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탄탄한 이유도 시장 개념의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발견하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면서 통찰력을 얻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국내에도 연 평균 570여회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중소기업 지원 기관 및 지자체의 전시지원 사업은 나날이 늘고 있으나 그 효과나 인식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과연 그들 나라들과 우리나라는 무슨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일까?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선 문제를 정확하게 규명해 내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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