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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식 Sep 22. 2017

퍼스트무버vs패스트팔로어

독감에 걸린 대한민국

 주최자로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기업인들과 했던 대화는 대부분 비슷한 결론으로 끝이 났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 ‘고객이 너무 빠르게 변화해서 따라가기 어렵다’, ‘도대체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역시 공감하고 수긍했던 부분이었지만 이토록 맹목적으로 주변 환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현실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분명 경기 불황이라 소비에 대해 신중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충분한 보상을 원할 수 있을 만큼 품질 좋고저렴한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가 된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었다그와 함께 모바일로 원하는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기업의 일방적인 광고보다는 친구가족, SNS의 여론을 더 신뢰하게 된 변화된 환경이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고민하던 중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단서가 될 만한 몇 가지 부분들이 떠올랐다첫째는 고객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점이었다물론 모든 비즈니스는 제품을 소비해 줄 소비자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미션이다그런데 문제는 어떤’ 고객인지 정확하게 모른 채 막연하게 고객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이 같은 요인은 두 번째 문제로 연결됐다마케팅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은 어떤 기업이나 인식하고 있었으나 어떤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뚜렷하지 않다보니 시류에 휩쓸려 남들 다 한다는 키워드 광고와 각종 SNS를 개설해 운영해 보지만 반응이 없어 금방 용두사미가 되고 마케팅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흡사 전쟁에 나가는 장수가 싸워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다보니 어느 시기에 어떤 무기를 써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어이없이 패하게 되는 상황과 같아 보였다이 단서를 통해 많은 기업이 고객에 대한 이해 없이 기술을 통해 고객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대한민국에 독감처럼 퍼져있는 근원적인 문제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 되고 있는 [패스트팔로어]라는 말은 사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급진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데 주요한 전략이었다과거 선진국 입장에선 폭풍 성장했던 한국의 기술력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역시 후발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성비 좋은 제품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위기인 것이다


세계적인 리딩 기업과 가성비로 승부하는 기업의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그동안 리딩 기업에서 만든 혁신적인 제품을 실수 없이벤치마킹해서재빠르게” 만들어 쫓아가던 [패스트팔로어전략은 인터넷을 통해 해외 직구까지 가능해진 디지털 혁명물건이 넘쳐나는 포화상태차별화의 원천으로 작용하던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술에 대한 차별성은 더 이상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중소기업에서 만든 TV와 대기업에서 만든 TV를 브랜드를 가리면 구분해 낼 수 있겠는가이동통신사의 4G, 5G의 속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분명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력은 경쟁우위의 핵심역량이었으나 그것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게 된 시대가 되었다또한 기술에 대한 차별성은 모방이 쉽고다른 곳에서 대체재가 등장하게 되면 쉽게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은 소유했다는 자체만으로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상위 브랜드의 제품과 가성비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소비두 가지로 향하고 있다지금 이 시간에도 발 빠른 유통업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을 소싱해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가성비로 무장한 제품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가성비와 노브랜드(No Brand) 열풍이 이를 뒷받침하는 예이다.

   

이제 대한민국 기업들도 더 이상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퍼스트무버]로 세계 시장을 리딩 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과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하다우리나라가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는 인간이 원하는 경험이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을 배제한 채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왜 하는가?”, “무엇 때문에?”,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은 무언인가?”에 해당하는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첨단 기술의 시대는 역설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욕구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디테일함을 필요로 한다고객이 진짜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그것이 가져다 줄 경험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제 기업의 성공은 고객이 아닌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공함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파악하는데 달렸다.

   

[퍼스트무버]로 대표되는 스티브잡스는 인간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준 인물이다. ‘애플(Apple)’의 광고를 보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주겠다는 그의 철학이 묻어 나온다마케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스티브잡스와 애플(Apple)’의 제품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단순히 제품의 질이 좋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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