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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틀리Lightly Mar 10. 2020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서

시간에 대하여


    요즘에 고민이 많았다. 전역을 한지 한 달이 흘러가고 복학은 하지 않고 알바는 쉽사리 구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친구는 서울로 올라가자고 했고 나에게는 모아둔 돈이 없었고 서울에서 할 일도 없었다. 하릴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게, 혹은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비어버린 머릿속에서 잡히는 계획은 없었다. 두루뭉술하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지금은 편하니까 다행이라고 고민하기를 은연중에 거부했나 보다.

    우연히 친한 형의 추천으로 어바웃 타임을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기에 나의 취향 혹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영화를 전격적으로 예매하고 정말 당돌하게 영화관에 왔다. 나만 혼자서 보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그냥 영화관에서 예매를 하고 포토티켓을 발급해서 이 순간을 기념했다. 정말 유명한 영화라서 대충의 시나리오는 익히 알고 있었다.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상영관에 들어서 리클라이너를 젖혔다. 불이 꺼지고 실내가 어두워지는데 광고가 끝났다. 영화가 시작됐다.

    블로그 리뷰를 통해 짐짓 예상했던 결말과 맞아떨어졌다. 결말은 뻔했다. 그러나 마음의 울림과 머리의 감동은 뻔하지 않았다. 당장 내게 골칫거리였던 상황에 해답을 주었고, 꼬여버린 마음에 실마리를 주었다. 속절없이 흘렀던 시간에 대한 후회도 안겨주었지만 앞으로의 시간을 좀 더 슬기롭게 가꿔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은 헤맬지라도 외로울지라도 어지러울지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하루를 아름답고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속앓이를 심하게 하고 있던 때에 이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내게 이 영화를 추천해준 그 사람을 사랑한다. 어쩌면 내 인생의 이정표를 닦아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맬 때마다 내게 이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고 위로를 해주는 소중한 사람. 감사하다.

    영화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 부모님에 향한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깊은 유대에 관한 사랑.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전역을 하고 나서 사랑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속상하다고, 힘들다고 주변에게 상처를 주고 사랑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누군가의 하루가 소중하듯 나의 하루도 소중하고 내 인생은 소중하니까. 조금은 더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겠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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