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틀리Lightly Mar 10. 2020

캐롤을 보고 나서

조금 달라서 많이 달라진 사랑의 끝.

    CGV에서 #인생영화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시작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영화를 보러 갔고, 알 수 없는 끌림으로 곧바로 캐롤을 예매했다. 들어본 적이 있어서 흥미를 조금이나마 끌었던 영화로서 역시나 앞선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대감은 낮았다. 기획전이니만큼 아쉬우니 이왕이면 영화 한 편이나 더 보고 가자는 마음이었다. 첫 영화로 어바웃타임을 보고 다음 영화로 캐롤을 보았다. 어쩌면 인생이 이리도 장난 같은지 두 영화 모두 깊은 감명을 주었다. 인생에 관해 헤매고 있을 내게 시의적절하게 다가온 두 영화는 지침서가 되었고 기획전의 주제에 걸맞게 인생영화가 되었다. 의미 없을 시간에 의미 있는 영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았다. 영원히 잃어버린 줄 알았던 인생의 의미를 다시...

    캐롤은 극 중 케이트 블란쳇의 이름이다. 캐롤이 아이를 갖은 어머니로서, 이끌림에 나약해지는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차마 환영받지 못한 사랑의 모습이 있다.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 그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하던 사랑은 왜 그토록 아름답고도 불완전해서 내 마음을 불안하게 했나. 한계가 분명한 사랑의 말로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충실하고 열성을 다하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비참한 결과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이끌림에는 나약해지는 사람이니까,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사랑도 존재하니까, 두 사랑의 가운데서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건 자신이다. 아슬아슬하게 곡예하던 사랑도 결국은 멈추기 마련이고 화려하게 돌아가던 모습도 잦아들고 완전해지고 서로의 자리를 향해 돌아갈 뿐이다. 그 흔적을 느낄 수만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랑을 하지 말아야 할까. 아슬아슬한 사랑을 눈이 부시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까. 

    영화 캐롤을 보고 든 생각은 "잔혹하지만 아름다워서 소중한 사랑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미칠 듯이 불안하지만 동시에 사랑에 미쳤기에 계속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다. 끔찍한 말로도 알지만 애틋한 과정도 알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다. 고통이 크다는 것도 알지만 행복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게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너무나도 하고 싶다.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