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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펜 Jun 13. 2018

본질 - One Life, One Chance

'알렉스 퍼거슨, 나의 이야기'를 읽고

알렉스 퍼거슨, 나의 이야기


알렉스 퍼거슨이 얼마나 위대한 감독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보다 그의 철학 그리고 표면으로 드러난 그의 업적과 여러 사건들 뒤에 감춰진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역시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One Team, One Spirit'. 축구를 비롯한 많은 팀 스포츠에서 강조하는 말이다. 팀 스포츠는 여러 선수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구성하여 상대팀과 승리를 위해 싸운다. 당연히 결과도 팀을 기준으로 승리와 패배가 결정된다. 경기에서 특정 선수가 아무리 플레이를 잘했다고 해도 팀이 패배하면 결국 패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또 하나의 개체라고 본다면, 그 내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잘 다듬어진 톱니바퀴처럼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비로소 팀은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팀 스포츠의 본질이다. 


퍼거슨은 이 톱니바퀴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일부 톱니바퀴들을 통제하는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명확히 알았다. 그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로이 킨, 베컴과 같은 절정의 스타 선수라고 해도 팀 위에 서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내가 바란다면 나는 권력을 사용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했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이 세운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한다면 권력을 사용하여 가지를 쳐냈다. 


동시에 그는 선수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았다. ‘첫째, 그가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둘째, 그가 나를 더 나은 축구선수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셋째, 그가 우리에게 헌신적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는 많은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고 수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축구에 관한 모든 요소들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 감독은 팀으로부터 지휘권을 부여받지만 그 대가로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좋은 팀 성적을 거둬내야 한다는 것. 선수는 팀의 승리를 위해 자기관리와 감독의 전술에 따른 역할 수행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이사회는 감독과 선수의 권한 및 역할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의 철학과 행동기준을 세우고 엄격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 그 방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 명확한 철학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는 것은 정말로 강도 높은 성찰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의 라이벌이었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 재임했을 당시 발생했던 선수단 태업 의혹이나, PSG의 에메리 감독이 해임 후, 당시 스타 선수인 ‘네이마르가 PSG의 리더였다’ 고 폭로한 사건을 봐도 그렇다. 퍼거슨에 버금가는 많은 명장들도 지휘권을 놓치고 제 자리를 잃기도 한다. 


결국 다시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각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퍼거슨처럼 ‘본질’에 충실한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중심을 잡고, 겉치레는 과감하게 걷어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본질과 성공’에 대한 부분을 ‘일’ 혹은 ‘비즈니스’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확장하고 싶다. 


책을 덮고 나서, '우리의 인생도 축구팀 운영과 상당히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 내부의 수많은 선수들을 유기적으로 잘 다뤄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내면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사회, 라이벌, 팬 등의 수많은 이해관계집단에 의해 흔들리고 또 반대로 사랑을 받는 등의 모습은 우리의 인간관계 문제와 무척이나 닮았다. 꾸준히 팀 성적을 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사회에서 퍼포먼스를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일’적인 측면이 아닌 인생 전반에 있어서) 그리고 그 힌트를 퍼거슨 감독의 축구 철학에서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요소들의 본질을 파악하고 집중하는 것. 명확한 행동 철학을 세우고 지켜내는 것.  


다만 축구팀 운영과 한 가지 크고도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은 다른 누군가와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성적에 따른 강등 및 승리와 패배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우리 인생에 대해 판단하고 성공과 실패라는 꼬릿표를 붙일 수 없다. 붙인다 해도 그것은 무의미하며 진실이 아니다. 인생에선 명백한 주체로서 오로지 본인의 선택과 행동, 그에 따른 만족과 후회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는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게 일은 어떤 의미인지, 인간관계에서는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등과 같이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생은 ‘One Life, One Chance’이다. 한번 사는 인생, 그 끄트머리에서 나는 적어도 남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한참 부족하지만 내 나름의 철학과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살아가고 그 책임도 내가 지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물론 그 결과는 먼 훗날 알게 되겠지만.. 



근데 어쩌다 퍼거슨 자서전 독후감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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