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새벽에 드디어 예루살렘 도착
나는 올해(2022년) 결혼한 새댁이다. 내 남편은 나보다 3살 연하인 듬직한 한국인..!
남편을 안 지는 이제 10년 차이지만 우린 그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나는 한국에서 6년간 대학교를 다닌 후 인턴 1년을 했고, 남편은 재수한 뒤 이스라엘로 유학 간 대학생이었다.
결혼한 뒤 남편의 남은 한 학기를 마치러 같이 이스라엘로 왔다. 결혼을 9월 24일에 하고 거의 이 주만에 이스라엘에 도착했을 때는 장막절(Sukkot; 스콧) 기간이어서 기숙사 사무실이 일을 안 했다.. 그래서 우린 미리 돈 내고 받은 가족 기숙사의 키를 얻지 못했고, 머물 곳이 없어 현지 목사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어떤 목사님네 손님방에서 이틀을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에 처음 도착한 날은 10월 14일 금요일 새벽. 얼른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할 일을 해야 했다. 우리들의 할 일은 나의 교통카드(Rav kav) 만들기와 유심 사기.
이스라엘에서 교통카드(Rav kav)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시내/시외버스에서 현금을 안 받기 때문. 교통카드가 없으면 버스 내부에 QR code를 찍어서 온라인 결제를 해야 하는데 외국인으로서는 번역기 돌려가면서 온라인 결제하기가 어렵다. 트램은 그나마 현금을 받긴 한다는데.. 하여튼 이스라엘 와서 거의 첫 번째로 할 것은 유심과 교통카드 구입이다. 둘 다 샤밧이 시작되는 금요일에는 낮 1시 30분까지 영업한다고 해서 오전에도 부지런해야 했다.
참, 이스라엘은 금, 토를 주말처럼 쉰다. 이슬람교는 금요일에, 유대교는 토요일에 예배드려서 그렇다고 한다. 유대교는 금요일 해 질 녘부터 토요일 해 질 녘 만 하루를 안식일(Shabbat; 샤밧)이라고 해서 가게, 트램, 학교 등이 모두 쉰다. 단, 아랍인이 운영하는 곳만 연다.
아무튼 금요일 새벽 4시쯤 이스라엘 벤 구리온(Ben Gurion)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나오는데 계속 눈이 안 떠져서 뜨고 감고 했다. 중간에 뭐 사진 찍고 표 받는 게 있다 해서 눈 뜨고, 걸을 때는 좀 감고. 그래도 계속 걸어가다 보니 슬슬 잠이 깼다. 시원 쌀쌀한 공항 내부가 꽤나 상쾌한 아침 공기 같았다. 입국 심사 거치고 짐 찾고 보니 새벽 5시 정도. 공항 입구에 '택시'를 외치는 아저씨들을 계속 거절하면서 쉐룻(Sherut; 합승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아무 승합차가 안 왔다.
일단 우리의 위치(공항 위치)는 텔 아비브(Tel Aviv). 여기서 예루살렘까지 가야 숙소가 나온다. 차로 30분 정도 가면 된다 하는데 짐은 많고 차는 안 오니 난감했다. 택시는 가격이 배나 비싸고.. 그래서 전철 시간을 보니 5시 43분 차가 있었다. 일회용 티켓을 끊고 각자 28인치 캐리어 1, 기내용 캐리어 1, 배낭 1, 빨랫감을 포함한 드는 짐 1 총 네 개씩 짐을 끌고 매어서 열차를 탔다.
그리고 아침 6시 15분쯤 드디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이제 우리의 짐을 놓아줄 시간. 피곤에 익숙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가야 했다. 금요일이면 주말 시작인데. 쉬는 날 아침에 사모님께 연락해야 했다. 6시 반쯤 목사님 댁에 도착해서 남편이 연락을 드리고, 드디어 우리는 집에 들어왔다. 씻고 누울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손님방과 손님 전용 화장실이 따로 있었고, 슬리퍼를 주셨다. 일단 짐을 놓고 나니, 사모님께서 배고프지 않냐며 식빵과 김밥으로 간단한(?) 아침을 차려 주셨고, 우린 정말 잘 먹었다. 먹으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사모님도 원래 금요일 아침은 늦잠 자신다고..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
그 후에 난 기억이 없다. 잠깐 눕겠다 했는데 비행기 안에서 많이 못 잤는지 잠이 쏟아졌고, 한 3-4시간쯤 후에 일어났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남편이 나가서 다 하고 왔다 한다. 남편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