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1.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사람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거나 나와 가장 먼 사람이다.
우리는 평상시에 우리의 가장 못난 모습을 우리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편하게 보여주지만,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은 우리의 가장 어두운 내면은 가족들에게만큼은 절대 보여주려 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까운 누군가에게 절대 말 못 할 이야기들을 처음 만난, 어쩌면 그 순간이 아니면 영영 보지 않을 사람에게, 혹은 영영 보지 않을 사람이기에 말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혹은 나와 가장 먼 사람이다.
어린 시절, 소유와 다른 친구들에게 지은 어색하고 어딘가 어른스러워 보였다던 쇼코의 미소는
당시 쇼코가 일본으로 돌아간다면 소유를 영영 보지 못할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온 미소였을까
그렇기에 쇼코는 소유에게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자신의 가장 내면 깊숙한 어두운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반대로 쇼코가 할아버지에게는 밝은 이야기의 편지만 보냈던 이유는 소유의 생각처럼 일본어를 잘하는 할아버지가 편해서였을까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2. 누군가의 모든 것을 안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비밀을 가장 소중한 한 명에게만 전부 말하지 못한다.
어느 한 사람에게 나란 사람의 모든 것이 완성된 퍼즐을 주지 않는다. 주지 못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 자신을 각기 다른 여러 조각들로 나누고 그 조각들을 나와 가깝거나 먼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러니 누군가 나의 소중한 비밀을 알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의 전부를 아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이의 가장 솔직한 마음의 일부를 알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았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우리는 평생 누군가의 아주 극히 일부만 알 수 있을 뿐이고, 누군가의 전부를 알 수 없다.
3. 서로를 통해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본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가 몰랐던 그 사람의 모습을, 다른 이가 바라본 그 사람을 통해 알기도 한다.
그 사람은 내게 주지 않은 그의 조각을 다른 이에게는 주었기 때문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조각을 다른 이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는 쇼코가 모르던 할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의 조각을 쇼코에게만 전해주고 있었고
쇼코는 소유를 통해서만 할아버지가 모르던 쇼코의 어두운 조각을 전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소유가 모르던 소유에 대한 애정의 조각을 쇼코에게만 전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행히도 소유와 쇼코 그리고 할아버지는 서로를 통해 각자가 몰랐던 서로의 모습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가장 약했던 모습의 쇼코를 소유가 무작정 찾아간 날로부터.
가장 약했던 모습의 소유를 무작정 할아버지께서 찾아온 날로부터.
가장 약했던 모습의 할아버지를 소유가 영화를 포기하고 돌아온 날로부터.
소유는 할아버지를 통해 쇼코의 아픔을 알게 되었고, 쇼코를 통해 할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유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