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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환 Sep 13. 2023

일기처럼 쓰인 에세이는 일기보다 결코 솔직할 수 없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제껏 직접 읽어보진 않았었지만 이 책은 그전에도 거의 읽은 거나 다름없는 것처럼 느껴진 책이었다.

종종 일회성 독서모임을 가곤 하는데 그곳은 각자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가져와 그 책에 대해 소개해주는 형식의 독서모임이다. 이 책은 그 모임에서 심심찮게 누군가가 들고 오는 책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혼남의 소개팅에 대한 책이라는 것도, 중간중간 짧은 단편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작가의 글이 굉장히 솔직하다고 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야기로만 듣다가 직접 읽고 나니 내가 들었던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바뀌었다. 많이.


이 글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100%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소개해준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무엇이 사실이고 아니고는 밝히지 않았으나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어느 정도 섞여있다고는 들었던 것 같다)

그걸 떠나서 이 사람의 사고체계를 생각해 보면 이석원이라는 사람이 되게 별로인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사친과 여사친 중에 여사친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왜 그런지 조금 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일단 이 책의 글을 읽고 있자면 자신이 굉장히 괴짜이고 싶어 한달까? 그런 티를 내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정말 괴짜들은 자신이 괴짜인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그걸 조금 인식하고 있다. 남들보다는 조금 괴짜스럽다는 것을.

그러면서 작가는 '얘들아, 나 괴짜다? 나 이런 생각하는데 진짜 괴짜 아님?ㅋㅋ' 하며 자신이 괴짜임을 호소하는 것 같아서 실제로 조금 괴짜인 것 같긴 해도 어딘가 짜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본인은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내게 이 책을 소개해 준 여러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수 있지만 직접 읽어보니 그는 솔직했을지 몰라도 그의 생각과 진심이 나에게 진솔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잘 가’라는 말은 다시 만날 거라는 기약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 슬픈 말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는 반면에, 책 제목에 대한 대답인 '뭐해요?'라는 말은 내게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아니다. 아마 작가는 군대를 안 가 본 건지, 가수와 작가생활만 해서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건진 모르겠지만 상사에게 뭐해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나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솔직하다'라는 것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게 된다.

내게 이 책을 소개해 주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책을 읽는 것이 마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서 솔직하다고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처럼 나도 이렇게 솔직할 수가 있을까 싶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내게 일기란, 나 혼자만 다시 읽을 수 있는 글이기에 가장 솔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기같이 쓰인 에세이는 결코 일기보다 솔직할 수 없다.

또 작가처럼 그때그때 자신의 마음을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것이 솔직하다는 거라면 나는 별로 솔직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 그런 솔직함은 때로는 남을 배려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자신의 진심까지 속이기도 한다. 그러한 솔직함은 내게는 마냥 좋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나는 매 순간 솔직하기보다는 단 한 번을 솔직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내가 솔직해야 할 순간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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