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대한 에피소드 -1 , 2
1. 순백의 가제본 표지 ; 표지는 이쁜데 책은 내 취향이 아닌 경우
내가 대학생이던 2017년에 한창 독서모임에 많이 참여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독서모임에서는 다음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을 공동구매를 했는데, 아직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의 책 가제본을 출판사를 통해 받은 경우가 있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조금 충격이었다. 그 어떠한 그림도 없이 순백의 하얀 표지 위에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쓰여있었다. 모임원 중에 몇 분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읽을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이런 가제본을 정가를 주고 사야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반면에 당시에 나는 그런 순백의 책을 처음 접해보는지라 신선하기도 하고 책이라기보다 오히려 건물모형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 나쁘진 않았다. [건축학과에서는 건물모형을 만드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모형은 빛과 그림자가 잘 보이게끔 하기 위해 폼보드나 우드락같은 백색 재료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내 기억에 책 자체는 괜찮은 책이었던 것 같지만 나의 취향과는 조금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지금의 나라면 당시 그분들처럼 정가를 주고 가본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을 것 같다.
2. 최악의 표지 ; 표지 디자인이 별로면 책 크기라도..
독서모임 때문에 가장 사기 싫었던 책은 역사 관련 책이었는데, 역사 속 이인자들에 대해 다루는 책이었다. 당시 계속 신간위주로 독서모임이 진행되면서 도서관에서도 중고서점에서도 책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구매했는데, 책 크기부터가 맘에 안 들었다. 149*225 크기에 420페이지에 달하는 커다란 책에다가 책 속에 나오는 실존 인물이 '아마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하는 느낌으로 갓을 쓰고 잔뜩 인상 쓰고 폼 잡고 있는 인물의 옆모습이 표지였는데 밖에서 들고 읽으면 중고등학생이 부모님이 책 좀 읽으라고 사준 책을 들고 다니는 느낌이 나는 책이었다.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얼른 읽고 나서 독서모임 이후 바로 버렸다. 내용마저 별로여서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은 없었지만 돈이 아깝다는 감정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