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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May 03. 2018

미국에서 유망한 직업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한다는 것

미국으로 이사간지 두 달째 되던 어느 여름밤, 야외 음악 콘서트에서 우연히 옆좌석에 앉은 미국 할머니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됐어? 대학원 때문에 왔다고? 학교 기숙사에 살아? 오~잘됐구나"

친근하게 이어지던 대화 끝에 할머니는 함께 있던 9살 딸아이가 한글책을 집중해서 읽는 것을 유심히 보시더니

"아이는 영어를 할 줄 아니? 거의 못한다고? 저런... 원한다면 내가 매주 한두 번씩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 줄까? 난 speech-language pathologist로 학교에서 오래 일했고,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하거든."


그 날부터 맺어진 인연은 이 일본계 미국인 2세인 히데(Hide)를 우리의 친구이자 개인 튜터이자 가족으로 묶어 주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인들이 딸아이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로 혼동할 만큼 엑센트 없는 정확한 영어 발음을 얻게 되었고, 큰 부분 히데의 덕분이다.   

히데는 첫 만남에서 본인을 speech-language pathologist라고 소개했지만, 당시 나는 이 영어단어를 알아듣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으므로, 그저 학교에서 오래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인상 좋고 따뜻한 할머니로만 알았다. 그 단어가 언어치료사라는 것, 언어치료사가 어떤 직업이라는 것은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결혼과 함께 미국에 정착하게 된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마침 이 일을 진로로 선택하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좀 더 상세히 알게 되었고, 이제는 히데에게서 파닉스를 배우던 딸아이가 본인도 커서 히데와 같은 일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35년간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은퇴하신 70대의 연륜 있는 전문가, 그리고 모국어가 아닌 타국의 언어로 치료사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미국 사회초년생. 얼마 전 딸이 학교에서 '직업'과 관련하여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 해 오라는 숙제를 받고 두 명과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 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내용이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을 갖는 것에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1. 언어치료사로서 어떤 일을 했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서) 언어&스피치 진단 테스트, 리포트 작성, 부모와 교사와 학생과 행정가와의 미팅, 테스트받은 학생이 해당 언어치료 프로그램에 적합한지 검토 및 판단 등의 일을 하였다.

치료가 필요한 어려움의 예로는 언어 지연, 발음이나 발성의 문제, (귀, 코, 목 등의 이비인후과적 문제에 의한) 목소리의 기능적 장애, 말더듬 등이다.  


2. 처음에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알게 된 계기

지인(언어치료사로 이미 진로를 결정하고 있던 대학 룸메이트 또는 가족상담사 일을 하고 있던 친구)을 통해서


3.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기 위해서 대학교/대학원에서 어떤 전공과목을 공부해야 하나?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려면 speech-language pathology 대학원 과정을 마쳐야 한다. 학부에도 speech-language pathology 전공이 있지만 학부는 어떤 전공을 해도 상관없다. 국가시험인 언어치료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대학원 졸업이 필수이다.    


4. 대학교/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대학원에 지원할 때 반드시 선수과목(prerequisite)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데, 요구하는 선수과목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과목수가 꽤 많다.

대학원에 입학하려면 학부성적, 선수과목 성적, 에세이, 추천서, GRE 성적 외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은 토플 성적도 제출해야 한다.


5. 언어치료사 과정으로 공부하기에 괜찮은 미국 내 대학교/대학원은 어떤 곳이 있나?


참고: 최고의 언어치료 대학원 랭킹 (2016년 기준)

https://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top-health-schools/pathology-rankings


언어치료사 과정은 health care provider를 양성하는 매우 practical 한 분야이다. 즉,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지식이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로 졸업 후 일을 할 때는 클라이언트들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여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 그치고 오히려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분야이다. 그래서 취직을 할 때는 그 사람의 기존 지식보다 오히려 적성, 성향, 프로페셔널한 직업의식, 책임감, 문제 해결 능력, 클라이언트에 대한 애정, 열정, 관심의 정도 등이 더 중요시된다. 본인이 '테라피'를 제공할 자세와 준비가 된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참고로, 석사과정이긴 하지만, 언어치료사 과정을 마친 후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절대다수가 health provider로 직업현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대학원의 대다수가 졸업 때 논문 대신 전공시험을 요구한다 (논문을 반드시 써야 하는 소수의 대학원도 있다). 그래서 학교를 선정할 때 학교 순위나 네임밸류를 먼저 따지기보다는 본인에게 잘 맞는 학교가 어디일까 다각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6. 장학금을 받으면서 언어치료사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물론 학교마다 제도가 매우 다르다. 만약 교수님을 도와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할 경우 학기당 $2,000~$3,000불을 받을 수도 있다.


7. 언어치료사가 되기 전까지 학비는 대략 어느 정도 드는가.

사립일 경우에는 학비가 많이 비싸고 시립대나 공립대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대학교 언어치료사 과정은 약 60학점을 들어야 졸업이 되는데 학점당 학비가 1,570불이다. 졸업하는데 학비만 1억이 넘게 든다.

헌터칼리지는 뉴욕주 레지던트인 경우 학기당 5-6천 불, 2년을 계산하면 2,500만 원 정도 들고, 뉴욕주 레지던트가 아닌 경우는 학점당 580불이라 졸업하는데 5천만 원 정도 든다.


8. 졸업 후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로 바로 취직이 가능한가? 미국에서 언어치료사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가? 앞으로 미국에서 언어치료사의 전망은 어떠한가?

졸업 후 취직은 학교, 병원, 클리닉, 요양원, 홈케어 등 분야에서 거의 다 잘 되는 편이고, 앞으로의 전망도 꽤 좋은 직업 중 하나이다. 아래 링크 참조.

http://www.asha.org/Careers/Market-Trends/


연봉 데이터 참고.

http://www.asha.org/Research/memberdata/Salary-Data/


9. 언어 치료사로서 일하면서 좋았던 순간이나 힘들었던 순간.

언어치료사는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치료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면 아이들은 부모, 교사, 친구들과 보다 잘 의사소통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아이의 자존감도 상승한다.

한 아이의 치료 경험을 예로 들어보면, 학교에서 누구와도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고갯짓으로만 의사표현을 하던 아이가 몇 개월의 치료시간을 가진 후 처음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고, 몇 달 후 학교의 모든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대화하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1년 후에는 영재학교까지 입학하게 된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힘든 순간은, 모든 아이들이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정점을 극대화시켜주지 못하거나 단점을 극복하도록 가장 효율적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 스스로 고민이 되는 순간들이다. 이런 어려움은 치료 경험이 쌓일수록, 또 동료 치료사들의 도움과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10. 언어치료사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언어치료사는 결코 지루할 틈 없이 늘 흥미롭고 도전적이며 변화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전문직이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 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 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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