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크리스마스 경험 베스트 10
[진저브레드맨, 산타카드, X-mas선물, 가족과 식사, 특선영화]
1편(https://brunch.co.kr/@clairpark/50)에 이은 2편입니다.
홈메이드 크리스마스 쿠키가 빠질 수 없다. 데코레이션 색상은 당연히 초록과 빨강! Robin은 트리 모양에 별사탕을 뿌린 고소한 쿠키를 구워주었고, Hide와 Chloe는 산타의 웃음소리 HOHOHO호호호! 를 삐뚤빼뚤 적은 쿠키를 오븐에 구워냈다.
얼굴보다 더 큰 사이즈의 진저브레드맨 쿠키는 한 입 베어 물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진저브레드하우스를 만들어보는 이벤트를 하는 곳이 많다. 필요한 재료를 모아놓은 키트(kit)를 구매하여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아이가 산타에게 열심히 편지를 쓴 정성 덕분인지 매년 산타 또는 산타의 조수가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주었다. 아이는 혹시나 산타가 찾아오지 못할까 봐 미국으로 이사 간 것, 또는 성탄 연휴 동안 여행의 행선지를 적어 일찌감치 편지를 보냈다. 이브 날 밤, 바쁜 산타를 위해 카드 옆에 쿠키와 우유 한 잔을 함께 놓아두는 센스도 잊지 않아야!
선물은 반드시 포장하고, 카드를 적어, 누구의 것인지 이름을 적어 트리 밑에 두었다가 성탄절 아침에 풀러 보는데, 가족끼리도 '단체' 선물이 아니라 반드시 '개인' 선물을 각각 준비한다. 평소에 꼭 필요했던 것을 선물하기도 하고, 대개는 작지만 받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매년 특별한 오너먼트(트리 장식품)를 구입하여 선물하기도 하고, 사진을 담은 액자나 특별한 메시지가 쓰인 머그컵을 선물하기도 한다.
25까지만 표시된 달력에 매일 표시를 해가며 아이들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Hide는 크리스마스를 17일 앞두고 커다란 크리스마스 양말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주셨다. 양말 안에 들어갈 만한 작은 선물 17개로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성탄 이브까지 매일 아침 그중 단 하나만 뜯어보는 것이 약속이었다. 아이는 매일 아침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양말을 뒤적여 선물을 뽑아냈고, 작은 인형, 민트 캔디, 립밤 등이 나오자 탄성을 질렀지만, 그것은 워밍업일 뿐 진짜 이벤트는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이다. 이브날, 우리 가족 각각에게 수십 가지의 '진짜' 선물을 담은 쇼핑백을 건네주셨는데 아침에 모든 선물의 포장을 하나하나 풀러 보는 데만도 반 시간은 족히 걸렸다. 받은 선물을 침대에 펼치자 퀸 사이즈 침대에 빼곡하게 한 가득. 아이 선물은 옷, 일기장, 미술용품, 보드게임 등등, 남편에게는 슬리퍼, 위스키, 셔츠 등등, 나를 위한 스카프, 책, 티셔츠, 화장품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대개 어린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 나와 남편까지도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받아보며 놀랍기도 했지만 포장을 풀 때마다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설렘과 감동을 느꼈다.
크리스마스에 초대받은 집에 갈 때마다 가족 각각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셔서 원없이 포장지를 북북 찢는 즐거움을 맛보았고, 나 또한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워낙 땅이 넓으니 동부 뉴욕-서부 LA 비행시간만도 6시간이 넘는다. 가족이 곳곳에 떨어져 산다면 평소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크리스마스 시즌만은 대부분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요리가 빠질 수 없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메뉴가 딱히 없다. 여러 소품과 레드&그린 색상을 이용한 데코레이션으로 한껏 기분을 낸다.
절친이 된 동갑내기 Rae와 처음 친해지게 된 계기도 기숙사 커뮤니티룸에서 크리스마스 특선 뮤지컬 '피터팬'을 함께 보면서였다. 한국 강원도 태백에서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로 일하며 2년 동안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는 Rae는 함께 TV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상황과 대사를 설명해주고, 한국인들이 많이 하는 영어 실수와 문화적 차이를 콕콕 집어서 설명해준다.
Robin은 오래된 영화임에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방영해주는 메리 포핀스를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며 녹화해 두었다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틀어주었다. 아이들은 줄리 앤드류스가 우산 타고 날아가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꺄르륵하며 슈가파우더가 눈처럼 뿌려진 쿠키를 야금야금 베어 물었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 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 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이상.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