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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Dec 11. 2017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1)

미국에서의 크리스마스 경험 베스트 10

미국은 10월 핼러윈부터 들썩거리기 시작해서('미국에서 핼러윈 200% 즐기기' 글 보기 https://brunch.co.kr/@clairpark/41) 11월 추수감사절을 거쳐('미국 추수감사절 집밥' 글 보기 https://brunch.co.kr/@clairpark/44) 12월 크리스마스에 절정을 이루고,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신년파티를 하기 때문에 하반기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폭풍쇼핑을 하느라 지치고 싶지 않다면 몇 달 전부터 선물을 조금씩 사모으는 것이 좋다. 나도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카드를 쓰고, 꼼꼼히 선물포장을 하느라 하얗게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 그 날 만큼은 내가 누군가에게 산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누어주는'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날 교회나 성당 등의 종교행사에 참여하거나 연인, 친구들과의 모임이 주가 되는 듯하고 설날은 가족모임을 하지만, 미국은 그와 반대이다. 크리스마스는 온 가족이 모이고, 새해맞이는 가족보다는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다. 

미국에서 보낸 두 해의 크리스마스. 여러 다른 가족들과 함께 여러 장소에서 여러 날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덕분에 마치 십 년 치 크리스마스를 즐긴 느낌이다. 크리스마스에 해 볼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을 소개한다.     


1.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

쇼핑센터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물론 규모면에서 엄청나지만 우리나라 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으므로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트리 아래로 반팔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여름 복장의 사람들을 보다 보면 여기가 캘리포니아구나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쇼핑몰에 가면 크리스마스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다. 하늘에는 루돌프 썰매가 날아다니고 크리스마스트리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쇼핑몰 로비 전체가 산타마을로 변하고 산타마을을 둘러보는 기차를 운행하기도 한다> 


<마을 전체가 놀이동산 이상의 수준으로 엄청난 규모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대도시를 조금 벗어난 동네는 모두 큰 뜰을 가진 주택가이다 보니 저마다의 취향으로 집을 장식하기 때문에 아주 독특하다. 

하루는 친구가 아이들에게 특별한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해가 진 뒤에 집에서 멀지 않은 다른 동네로 차를 몰았다.  동네 입구에서부터 차와 사람으로 도로가 꽉 차있어 웬일인가 싶었는데 과연 이유가 있었다. 동네 전체의 집들이 일 년 중 364일을 크리스마스 장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놀이동산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상상을 초월하는 장식을 해 두었다. 스키점프대를 설치하여 스키 타는 산타도 있고, 작은 관람차도 있다. 이곳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점점 소문이 나며 멀리에서도 구경 오는 관광객이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꾸미는 것이라는데 그 규모와 화려함에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동네에 이사 오는 사람들의 첫 번째 조건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가 아닐까 추측할 정도로 한 집도 예외 없는데 수많은 관광객들의 소음과 전기세, 장식 비용을 감당하는 그들의 수고와 여유가 대단해 보였다. 

대개의 집들은 이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소박하게 아름답게 그들의 집과 뜰을 장식한다. 그러다 보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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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오픈한 높이 167.6m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 Hide가 가족모임에 초대해주어 라스베가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 로비. 각 호텔 로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난다>


미국 친구 Hide는 동부와 서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과 매년 크리스마스에 라스베가스에서 모여 (크리스마스에 라스베가스는 오히려 비수기라 좋은 가격에 호텔을 잡을 수 있고 붐비지 않는다) 가족모임을 한다.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된 우리를 가족모임에 초대해 주셨고, 선물로 라스베가스 대로변의 가장 좋은 위치인 하라스 호텔 객실도 예약해 주셨다. 호텔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화려한 장식을 해 두기 때문에 각 호텔의 로비만 구경해도 하루가 다 지나간다. 


2. 트리 직접 장식하기

아이들이 트리 장식을 해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여러 친구들이 일부러 우리가 방문할 때까지 트리 장식을 미루어 두셨다. 덕분에 아이들은 트리를 꾸며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질리지도 않고 번번이 똑같은 강도로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특이한 점은 실제 나무를 구입해서 꾸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조 트리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는 않지만 뿌리가 없기 때문에 한 해 사용 후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일회용 리얼 나무라니! 그래서 시즌이 되면 길가 곳곳에서 나무를 판매하고 차 지붕에 나무를 동여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너먼트(장식품)는 대부분 잘 보관해 두었다가 재사용하는데 집집마다 대개 오랫동안 모아 온 의미 깊은 장식품을 가지고 있다. 20년 전 가족사진을 넣어 만든 액자형 오너먼트, 딸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만든 오너먼트 등. 매해 하나씩 새로운 오너먼트를 기념으로 늘려가며 자녀에게 물려주기도 한다. 하나하나 꺼내어 의미를 설명해주며 매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족의 사랑과 역사가 묻어난다. 

   


3. 트리 점등식

크리스마스 트리에 처음으로 불을 켜는 점등식은 꽤나 큰 행사이다. 내가 살던 클레어몬트에서는 12월 첫 주 주말에 100년 넘은 작은 기차역 광장에서 점등식을 했는데 이 날 해가 지면 동네 주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합창단의 캐럴 공연과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을 때 모두가 한 목소리로 10, 9, 8... 2,1 카운트다운을 외치면 마침내 트리에 불이 번쩍 들어오며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멀리서 산타 부부가 탄 승용차가 들어오면 아이들은 그야말로 폴짝폴짝 뛰며 난리가 난다.   











4. 산타 만나기

미국에서 아이들은 산타를 여러 차례 만났다. (덕분에 산타 할아버지가 굉장히 바쁘셨다. 매번 조금씩 다른 생김새의 산타였지만) 점등식 순간에 할리우드 대스타 부럽지 않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산타 부부, 대학원 학장의 집에서 열린 성탄 파티에 응접실에 깜짝 등장하여 푸짐한 선물을 나눠주신 산타, 라스베가스까지 달려와 선물을 한아름 남겨주시고 쿠키와 우유를 잊지 않고 드시고 가신 산타 등등. 


5. 캐럴 듣기

11월 셋째 주 추수감사절이 끝나자마자 라디오에서는 한 달 24시간 캐럴이 흘러나온다. 심지어 추수감사절 전에도, 1월이 되어도 여전히 캐럴을 틀어주어 귀에 캐럴 딱지가 생길 정도이다. 

동네의 읍내라고 할 수 있는 클레어몬트 Village 곳곳에서 캐럴 공연이 열린다. 공연장소 지도를 나누어 주기 때문에 지도를 보고 따라다니며 공연을 볼 수도 있다. 캐럴 공연은 동네 곳곳을 거쳐 기차역 앞 광장에서 두어 시간 더 진행 후 마무리된다. 기타 연주 밴드, 아이들 합창단, 중세 시대 옷을 차려입은 합창단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공연을 보고 있자면 산타마을에라도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람들은 곳곳의 잔디밭에 편히 주저앉아 공연을 감상하기도 하고 따라 부르기도 하고 박수도 치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크리스마스를 눈으로, 귀로 즐긴다.  


대학원 학장의 집 뜰에서는 크리스마스 음식과 와인이 준비되고 학생들의 아카펠라 캐럴공연이 펼쳐진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2편(https://brunch.co.kr/@clairpark/51)에서 계속됩니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 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 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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