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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Sep 06. 2022

여행은 언제나 남는 장사2

재테크를 하고 말았지 뭡니까

요즘 물가가 워나 올라서 월급은 굳이 삭감되지 않아도 줄어든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디 월급뿐인가요? 자고 일어나면 가만히 있어도 몇 천, 몇 억씩 더해져 있던 부동산 자산도 그저 오르기만 할 것만 같던 주식도 이제는 야금야금 누가 갉아 먹는 것처럼 줄어 듭니다. 그마나 은행금리가 올라서 지금은 은행 예적금이 최고의 재테크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불어나 있는 자산이 있었습니다. 바로 외화통장이었습니다. 날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달러 환율 때문에 저환율일때 예치해둔 달러자산의 원화표시 가치가 날마다 늘어나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재테크를 하고 말았습니다.


외화통장은 투자 목적이 아니라 여행을 위한 환율 헤지수단으로 만들어 둔 것이었습니다. 외화통장은 달러 출입금만 가능한 통장, 다통화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 일정기간 예치해야 하는 통장 등 금융기관마다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제가 선택한 상품은 다통화 입출금이 가능한 적금상품을 가입했습니다. 그래서 여행가고 싶은 나라의 통화를 환율이 낮은 시점에 환전해서 입금해 두었다가 여행시점 바로 찾아 쓰거나, 여행시점에 환율이 더 떨어지면 떨어진 환율로 환전해서 여행경비로 쓰고 먼저 환전해 둔 외화는 계속 예치해두는 것으로 환율헤지를 했던 것입니다.


외화통장을 개설하여 두면, 환전수수료를 줄일 수 있고, 적절한 환율헤지 수단으로 쓸 수 있으며, 환율헤지를 하다 보면 당장 여행을 갈 상황이 못 되어도 적어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거나 예정된 여행이 있다는 기대감에 항상 빠져 있을 수 있고, 더불어 글로벌 경제에 대한 관심도 달라집니다.


몇 년 전엔 달러환율과 유로환율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오전 루틴이었습니다. 가끔 엔화, 위안화 환율도 생각나면 한번씩 체크하구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더니 다국적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는 언니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어머, 나는 업무라 매일 하는데 너는 그거 왜하니?"

"나? 환율 좀 떨어졌다 싶으면 점심시간에 외화로 입금해 두려고 그러지. 여행갈 때 갑자기 환율 오를 수도 있잖아."


사실 큰 차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가 항공권을 열심히 검색하고 1박 가격이 조금이라도 적은 호텔예약 플랫폼을 찾는 것처럼 환전도 여행의 일부요, 실제로 대단한 이득은 아니더라도 노력해서 이룬 것은 무엇이든 뿌듯하니까요.


그렇게 저환율일때 야금야금 환전해 두었던 내 달러가 어느날 갑자기 코로나 사태로 봉쇄되어 버렸습니다. 여행을 못가니 여행 기분이라도 느끼려 또 야금야금 환전하다 그마저도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연일 달러환율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대서 확인했더니 매일 자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환율로 고통을 느끼는 분들도 많으니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만 의도치도 않았던 재테크는 여행이 가져다 준 예상치 못한 선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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