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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Sep 13. 2022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1

편견을 부탁해

여행지에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평소 그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인식이나 편견들이 수정되기도 합니다.


1. 친절한 중국인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중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중국 사람들 중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도 있고, 중국 문화 중에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고(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도 알고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여행하던 때에 유난히 중국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묵었던 호텔에서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한 후 하이델베르크로 향하였고, 저녁에는 뮌헨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하이델베르크 역에 도착하였을 때는 커다란 캐리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볍게 여행하기 위해서 역의 짐 보관함에 캐리어를 보관하려고 하는데 가장 아래층의 보관함은 다 차서 위층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 올리려 낑낑거리고 있자 지나가던 중국인 커플이 달려와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에 즐거운 여행 되라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공산당 혁명 과정에서 감시, 고발, 숙청이 난무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내 일이 아니면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서로 돕지 않게 되었다는 내용을 어떤 강의에서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커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가령 공공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기계의 작동법을 몰라 곤란해하고 있거나 길을 못 찾고 있을 때도 중국 관광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중국 관광객의 도움만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의 친절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것은 평소 국내에서 학습된 편견이 아주 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견고하게 만들어졌던 편견이 틈을 보이자 다른 것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시끄럽다고 말하지만 중국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중국어는 성조가 있다 보니 다른 언어보다 크게 들리기도 하고, 중국인들은 기분이 좋다는 의미로 모여서 크게 말하고 크게 웃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한국도 그렇게 조용하진 않습니다. 아니, 더 시끄러운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부 친절하고 착하던데라는 극단적인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 바로 여행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2.  단호한 일본인


중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달리 우리는 일본인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친절하다 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이 화내면 정말 무섭습니다.


일본 후쿠오카를 여행하던 때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작은 골목들을 걷고 오래된 맛집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그날도 인생우동이라 칭송받는 어떤 우동집을 찾아 후쿠오카의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고 자전거 도로는 따로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자전거도로가 아닌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쌩하니 지나가는 겁니다. 인도를 걷고 있던 저는 그 때문에 깜짝 놀라 넘어질 뻔했습니다. 아니, 일본인들은 질서를 잘 지키는 줄 알았는데 별 수 없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쌩하니 달리던 아주머니는 인도에서 보행 중이던 할아버지를 칠 뻔했는데, 가까스로 피한 할아버지는 자전거 탄 아주머니는 불러 세웠습니다. 그 순간. 그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큰 소리가 나오는지.

할아버지는 거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조아리며 연신 스미마셍, 스미마셍 하였지만 거듭되는 스미마셍에도 할아버지는 화가 누그러지지 않으시는지 한참을 큰소리로 꾸짖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혈질이라 거리에서 시비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화가 나더라도 저 정도로 하지는 않는데다 미안해요하면 또 쉽게 누그러집니다. 그런데 조용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알고 있던 일본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고, 화를 내고도 누그러들지 않아 한참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웬만하면 화를 참지만 한 번 화를 냈다 하면 끝장을 보는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을 특징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비교한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한민 저, 2022)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한국인과 일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온순하고 친절하지만 일단 선 넘으면 봐주지 않는 일본인들이기에 서로 선을 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편견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견은 여러 사례의 반복을 통해 귀납 추론한 결과이기 때문에 항상, 완전히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어쩔 때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지식을 넓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사례가 신뢰성을 얻을 정도로 축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급한 일반화이거나 단순한 우연을 필연인 것으로 치부한 결론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쪽인지 저 쪽인지는 경험이 넓어지고 나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구별이 가능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여행이라는 경험을 통해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정말 값진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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