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기

허지웅, <최소한의 이웃>

기자 출신에 깡마른 그의 외모는 아마도 예민하고 까칠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시공간을 몇 번씩 헤집어 선한 이웃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의 모습에서 그릇이 크고 따뜻한 사람임을 느낀다.

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속에서 앞뒤 다름을 빨리 찾아내고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눈치챌 수 있음에 뿌듯해했다. 마치 내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혼자 눈 뜨고 있는 자나 되는 것처럼 느꼈었다. 그러니 이런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언젠가 내 주변의 악인들에 관한 책을 써 보겠다고, 악인편람과 같은 책을 써보겠다고 생각했었다. 정을 들어 쪼아내는 것처럼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어쩜 이런 무식한 생각을 했었는지 돌아보니 나도 놀랍다.

내가 써 보려 했던 책의 정확히 반대인 책. 혐오와 분노가 판치는 세상에서 선한 이웃을 찾아내어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그 어려운 일을 그는 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낙관론을 펴지는 않는다. 외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도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다만 말한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감싸 안는 것이라고.

부끄럽고 따뜻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렇다고 정을 든 석공과 같은 나의 성정이 내일 당장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어디 책 한 권에 짠하고 바뀔 수 있을까. 반성은 하면서도 내일 또 나는 곱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겠지.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는 사람이 변하지 않더라도 열 권, 스무 권, 백 권이 되면 조금은 바뀔 거라 믿는다.

p.s. 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깨달음을 하나 밝히자면 깡마르고 날카로운 외형의 사람들 중에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 많았다. 푸근하고 둥글둥글한 외형의 사람들이 마음은 외형만큼 푸근하고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도 하고. 당연히 내 주변이라는 좁은 세계의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일 뿐이다. 작가의 또 다른 메시지처럼. 중요한 건 사람의 정체성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 그 말을 지지하고자 우리가 어떤 정체성에 부여하는 일반적인 평가와 상반되는 경험을 더하여 본 것이다. 절대 그 반대를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깡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의 작가가 또 하나의 사례가 되어 주어서 내가 알던 비슷한 인상의 사람이 떠올랐다. 그에게 이 책을 선물해볼까 싶다. 핑곗거리를 찾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