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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ug 06. 2021

품격이 사라진 부의 시대

양원근, <부의 품격>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50대 여성 직원분은 자고 일어나면 올라있는 집값 자랑에 출근재미가 쏠쏠하다. 매일매일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꼬를 틀 방법을 몰라 쩔쩔매고 있으면  우리 회사 직원들은 프로 사회생활러다 보니 알아서 물꼬를 터주고 물어봐 준다. 그러면 물꼬를 터주는 사람들 속도 모르고 신이 나서 자랑을 하다 조.충.평.판(조언, 충고, 평가, 판단)으로 마무리를 하니 어찌나 밉상인지. 밉상도 밉상도 저런 밉상이 없는데 매일 신나서 자랑을 하고 다니니 배는 아프지만, 그 집 오른다고 내 월급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속으로 삭히고 말 뿐이다.


솔직히는 진짜 꼴불견이다. 그 직원은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주식광풍과 MZ세대의 분양권 매매(법으로 금지되기 전에 이루어진 합법적인 분양권 매매였다)를 맹비난했었다. '젊은 애'들이 '쉽게' 돈 벌려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본인 집값 상승 앞에서는 말이 다르다. 요즘 집값 올라서, 사놓은 주식 가격이 올라서 표정관리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을텐데 이 분은 전혀 표정관리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비웃을 따름이다. 승진한 사람에 대해서도, 연수를 가는 사람에 대해서도,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 학벌이 좋은 사람, 전문자격증이 있는 사람 할 것 없이 누구에 대해서도 기.승.전. 그래서 뭐하냐고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승진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학벌로 사람의 계급이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웃음을 받을 이유도 없다. 특히나 이 분은 직업, 직급, 학벌 등 앞에서 사람은 평등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나이와 주소지는 무기인냥 휘두른다. 그것도 정의의 이름으로. 그래서 나는 오늘 또 마음 속으로 외친다. 꼴보기 싫다고.


얼마 전에는 올해 스무살인 딸 이름으로 집을 사줬다고 자랑을 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대학입시에 실패하자 누가 뭐라하지 않았는데도 주눅들었다가, 다시 누가 뭐라하지 않았는데도 학벌이 전부가 아니라고 발끈하더니, 스무살에 벌써 집을 샀다며 다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 스무살짜리 딸이 벌어서 산 집이 아니라 할아버지 집을 판 돈으로 산 집인데 집주인의 어머니 어깨에 어찌 힘이 들어가는 것인지, 그 이유가 공감은 안되는데 이해가 되니 더 화가 난다.


이 직원분은 위에서 말했듯 얼마 전까지 젊은 애들이 주식을 사고 분양권을 사니 쉽게 돈 번다고 비난을 했었다. 하지만 이 직원분이 비난했던 그 젊은 이들은 적어도 시드머니 정도는 본인이 땀 흘려 벌었는데 100원 한 번 벌어본 적 없는데 집이 생긴 스무살 딸을 두고 남에 자식을 쉽게 돈 벌려 한다는 이유로 비난해도 되는 걸까?


노력하지 않은 부(富)는 노력을 모멸하고, 노력은 또 그러한 부(富)를 모멸한다. 그러니 부(富)도, 노력도 품격이라고는 없는 이 사회에서 여기 노력으로 이룩한 부를 말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양원근 님의 "부의 품격"이다.

부에 의한 모멸과 부에 대한 모멸이 만연한 요즘, 저자가 말하는 착한 성공은 위로가 된다.


앞에서 말했던 직원분이 원하는 것은 결국 타인의 인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모멸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이 아닐까? 조용히 이 책을 건네고 싶다. 돈자랑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물론 실제로 그러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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