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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선우 Dec 26. 2024

기명상을 하게 된 첫 계기

수행

2009년도 경으로 기억한다.

세상살이 아웅다웅 살아가는 게 시시껄렁해 보였고 뭔가 목마르듯 다른 삶을 찾고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이 전부가 아닐 거라는 막연한 희망 같은 것, 어딘가 이 삶 말고 다른 삶이 있을 거라는 기대 같은 것들 말이다.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며 나의 갈증을 적셔줄 말씀을 찾아다닐 때, 눈에 띈 다음카페 한 곳.

그 카페에서 매일 날아오는 뉴스레터가 아침의 희망처럼 기다려졌다. 꼼꼼히 읽다 보니 3박 4일의 집중 명상 수행 프로그램이 있었고 명상의 M자도 모르면서 그 당시 거금 50만 원을 내고 여름휴가 대신 입소를 했다.

‘사무처리’란 것도 했고 ‘영기장’이라는 것도 그렸지만 이날 난 ‘영기장’이 그려지지 않았다고 지도선생님이 말했다.

‘보명’이라고 했다.

어떤 에너지가 이 사람의 영적인 에너지를 리딩하지 못하게 보호하며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1박 2일 동안 ‘동작’이 계속 나왔고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동작을 했다. 가슴은 환희로 불타올랐고 온몸은 뜨거워졌으며, 내가 머문 공간을 열기로 채워 한 방을 같이 쓰던 낯선 수련생은 내게 동작을 멈춰 달라고 청할 정도였다.

뭔가 나를 다 태워버린 느낌이 들었다. 온통 말개진 것 같았고 세포가 하나하나 다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거울을 보니 많은 것들이 정리된 듯 눈빛이 맑았다.

명상센터에 입소하기 전 난 스스로도 비정상이라고 느낄 만큼 과한 알코올에 젖어 있었고 불면증으로 하루 2-4시간을 겨우 잤으며 만사가 짜증의 상태였기에, 이런 맑은 상태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다음 날 입소한 수련생 중 모녀로 보이는 두 여자분이 있었는데 그 딸의 눈빛이 누가 봐도 빙의처럼 정상적인 눈이 아니었다. 딸의 배시시 웃는 모습에서 이상하게 가슴이 덜컥했다. ‘저러다 저 아이 죽겠다’

왠지 몰라도 그 두 모녀가 안타까웠고 그날 저녁 모녀가 낫길 바라며 ‘동작’을 했다.

깊고 긴 동작 중…

가슴속에서 누가 말을 하는 듯 울렸다.

‘지금부터 너는 내가 행하는 대로 따르라!’

엥? 이게 무슨 소리지???

‘저요? 왜 저인가요?’

‘이곳에서 온전히 빈 자이니라!’

동작을 멈추고 눈을 떴다.

모든 공간이 멈춰 있었다. 모든 수련생과 여름이라 고개를 왔다 갔다 하는 선풍기도 모든 것들이 정지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놀랄 틈도 없이 내 손끝에선 불덩이가 치솟았다. 불덩어리는 무한대를 그리며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모녀 중 딸에게 갔다. 머리 위 공중으로 손을 갖고 가니 검은 무언가가 쑤욱 빨려 올라왔다.

하늘로 올려 보내는 동작이 나왔다. 시공간 안 구멍이 생겼고 그 안으로 검은 무언가가 빨려들 듯 사라졌다. 다시 어머니인 여자에게로 가 머리 위 공간에 손을 대자 똑같이 검은 무언가가 빨려 나왔고 하늘 쪽으로 난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구멍도 사라졌다.

‘이제 너의 자리로 돌아가라!’

가슴에서 누군가 말을 했다.

자리로 돌아와 앉고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곗바늘은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하룻밤을 더 자고 센터를 퇴소할 때 그 두 모녀는 내가 뭔가를 했다는 걸 아는 것처럼 따라 나와 인사를 90도로 하며 연신 고맙다며,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난 소설 ‘해인의 비밀’이 소설이 아님을 안다.

명상의 M자도 몰랐던 사람이, 기제도나 가회로를 구경도 안 해봤던 내가 첫 입문을 너무 강력한 체험으로 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기회로’ 또는 ‘영기장’ ‘기운영’등으로 명명되던 우리 공부를 알게 된 첫 경험이다.

나는 실제 체험한 일이지만,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이 이야기를 자주 꺼내진 않았다.

지금도 가끔 뜨겁게 환희심에 불타 올라 밤새 동작을 하던 날이 생각나고 신비한 체험을 한 그때가 종종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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