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어서 신대방에 들렀는데, 이 동네에 제대로 와 본 건 처음이라 바로 집에 가려니 못내 아쉬웠다. '제발, 제발..(있어라)!' 하는 마음으로 서점을 검색했더니, 4월부터 열었다는 새고서림이 마중을 나와 주었다. 한창 덥던 시즌. 서서 지도를 보던 자리와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망설임보다 두 발이 앞서가고 있었다. 보기도 전에 반가웠던 오후의 서프라이즈 목적지.
서점을 찾아가려면 큰길을 벗어나 작은 길목 사이사이로 죽죽 들어가야 한다. 어디로든 많이 걸을수록 소음도 사람도 여과되어 사라지고, 과하지 않은 정도로만 남는다. 그제서야 동네를 볼 수 있게 된다. 주의를 흩트리지 않고 관찰해 볼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집 담벼락 바깥으로 가지를 내린 나무들, 오래된 모습 그대로인 건물들을 뚜벅뚜벅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오늘 처음 만난 동네가 친근하게 여겨지곤 한다. 동네 안에 있는 서점으로 향하다 보면, 자연히 동네도 알아갈 수 있다. (특히 서점은 모종의 이유로...보통 동네 깊은 곳에 있기에. 근데 그게 찾아가는 매력이다 또!)
그 동네에 그 서점. 서점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으니 쉽게 잊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새고서림은 새벽고양이란 독립출판사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서점이다. 일본 문학 번역도 하시고, 글도 쓰시는 것 같았다.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독립출판 서적들이 한가득이었다. 작은 크기의 단문집과 산문집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유서로부터' 라는 5페이지짜리 수필을 샀다. 자꾸 눈이 가던 벽면의 카드 하나도 (살 수 있냐고 재차 여쭤봤다가) 선물로 받았다(꼭 다시 가겠습니다 사장님!).
큰 서점들이 사그라든 공간 너머로 작은 서점들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책과 출판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다지만, 동네서점의 영향력은 '서'에 한정되지 않는다. 책의 미래가 책의 물성에 한정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동네서점에 올 때마다 삶을 개척하는 모험자의 얼굴과, 공동체 가운데 서서 자라는 나무의 결을 같이 느끼곤 한다. 어느 희망, 언젠가는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꿈, 동네에 있는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