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 베로 Nov 14. 2023

만약 내가 전에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만약 내가 전에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1.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을 두 번 목격한 것 같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고도의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울 정교한 직육면체 형상이 어느 날 유인원들의 생활터전 가운데 생긴다.

출처 스탠리 큐브릭, 영화 <2001: A Space Odyssey > 장면 중 (1968)

#2.

그리고 또 하나, 바닷물처럼 반짝이는 것을 입에 물어 올린 새.

출처 : CANANDIAN WILDLIFE, https://blog.cwf-fcf.org/index.php/en/

이젠 새들에게도 익숙한 반짝임이 되었을 것 같다. 반짝이는 저것은 무엇일까? 저것을 먹고 죽은 수많은 새들의 뱃속을 새들은 보지 못했지 때문에 다시 반짝이는 저것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입으로 건져 올린다. 혹은 물 속에 다른 것들과 섞여있으니 입을 벌려 다른 것을 먹으려 할 때 그것도 입으로 들어와 목을 타고 꿀꺽 넘어간다.


#3.

인간은 외계 생명체의 유무를 궁금해하며 동시대 생명들에게 플라스틱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한 번쯤은 먹어봤을 플라스틱 끈, 비닐조각이 바다에 떠다니고 소장과 대장사이에 엉겨있다. 플라스틱의 어원은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πλαστικός이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뭐든 만들어내려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실험한다. 더 편한 것을 찾아낸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차에서 운전을 하지 않고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를 만든다. 인간은 과연 멈출 수 있을까?


#4.

위의 첫 문장, '만약 내가 전에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이라는 문장은 살충제, 농약의 심각성을 알린 책,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운동을 확산시킨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이 만든 질문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자연을 관찰하라는 의미에서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무엇이 새롭게 보이는가 찾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자연의 경이로움 사이로 인간의 경이로움이 보인다.


#5.

인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어딘가에서는 암세포가 분열하듯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것은 합당하다고 말할 것 같다.  

"정부가 의뢰해 서울대가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 핵발전소 주변지역(5km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위험도는 원거리에 비해 2.5배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정부 조사를 통해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여성은 먼 거리에 사는 여성보다 갑상선암이 2.5배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출처 : 탈핵신문(http://www.nonukesnews.kr) 2023년 9월(114호), 용석록 편집위원 글)


#6.

지난 9월, 갑상선암 공동소송 2심이 패소하였다.(관련 기사 https://www.nonukes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0565) 핵 때문에 갑상선암이 발병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도 사법부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고 법적으로도 정부로부터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갑상선암 발병과 건강피해에 대해 핵발전소 때문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내가 전에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낯섦과 궁금함 사이에서 다양한 상상을 해보며 다가가겠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나를 포함한 인간 - 사람의 경이로움 - 사이로 수없이 공생하기 힘든 것들이 보일 때에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한도 본 적 없는 모르는 것 투성이 사이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알아본다. 말한다.  


*지인들과 아무 책이나 펼쳤다. 바로 보이는 한 문장을 시작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 문장이 레이철 카슨의 '만약 내가 전에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이었다. 그래서 얼기설기 엮은 글을 쓰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30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참여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