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노스 최민호 May 06. 2019

세렌디피티(Serendipity)

 

[제2편]


10.  

   

신 미영은 정신이 분열되는 것만 같았다. 

장석호. 그 남자였다. 자신이 간호책임을 맡은 환자였다. 장석호는 아직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미영의 사표수리는 지연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환자를 두고 사표를 낼 수 있을까? 미영은 사표수리를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그런 훌륭한 장교의 간호를 중단하고 사표를 낼 수는 없다. 그가 퇴원할 때까지는...”   

  

훌륭한 명분이었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퇴원 시까지 장석호 부상을 최선을 다해 간호해 주고 싶었다. 

이 멋진 남성. 꿈에 보았던 나의 눈사람. 그때 얼굴에 그려 넣을 눈썹을 찾다가 꿈을 깨고 말았지. 바로 이 남자였을거야. 그리고 그 와의 하룻밤. 그리고 대형 사고...혹시 사고가 나 때문은 아닐까? 도대체 이 남자와 나는 뭐지? 이 운명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이야...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이 남자....정신이 아뜩했다.... 그 이후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장석호가 정신을 차리면서 가족의 면회가 허용되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부모, 그리고 누이 동생. 석호의 손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는 두 다리를 내려다보면서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과 오열의 눈물을 함께 쏟아내었다. 그 장면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석호 역시 눈물을 흘렸다. 미영은 눈물을 감추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     

가족이 떠나면 미영이 석호의 병상을 찾았다. 환부의 상태를 보는 양, 그의 어깨를 안고 일어서 세우기도 하고 손을 잡아 보기도 했다.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아직 석호의 부상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치료 경과가 예상보다 좋은 것이었다. 세심한 치료와 예후관리를 하면 절단 없이 치료를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영은 정성스레 석호의 상처와 상태를 관찰하였다. 의사는 상처를 치료하고 간호사는 환자를 치료한다. 


그를 다시 보았다. 짙은 눈썹, 뚜렷한 이목구비. 영화배우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얼굴. 그리고 그 목소리... 

신미영은 석호의 병상을 떠나지 않았다. 정성을 다해 간호를 하는 수간호사의 모습에 병원에서는 희생과 봉사의 화신 나이팅게일의 화신을 본다며 상찬해 마지않았다. 

비밀스런 혼자만의 데이트였다. 야근할 때면 자고 있는 석호의 얼굴을 한없이 들여다보곤 했다. 석호의 손과 몸을 마음껏 만져볼 수 있었다. 

이 은밀한 기쁨이란...그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런데 이 남자가 언제 나를 알아볼까? 

언젠가는 말을 하긴 해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BOQ에서의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져 차마 먼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그가 나를 알아보겠지...


생뚱맞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알아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수줍게? 새침떼게? 아니면 놀란 척?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가 퇴원해도 병원을 그만 두는 것이 옳을까? 만일 이 남자가 장애인이라도 된다면?

미영은 별 해괴한 생각을 다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지만, 마음은 낮이나 밤이나 온통 장석호 생각뿐이었다. 석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미성임을 확인할 때 기쁨과 희망이 생기곤 했다. 

이 끌림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 춘옥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기쁘게 희생하는 것. 그것은 사랑이야.”     


떠나고자 했던 병원을 못 떠나고 미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욜로! (하나뿐인 인생. 저지르고 보는 거야...!)”     


5월이 되면서 날씨가 화창하여 석호는 병실 밖을 보고 싶어 했다. 미영은 휠체어를 준비했다. 찬스라고 생각했다. 벚꽃도 살구꽃도 목련꽃도 지고 라일락이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정원을 걸으면서 그 날을 기억시켜 보고자 했다.

석호는 처음으로 산책을 한다는 들뜸에 젖어서인지 아침부터 기분이 밝았다. 병상에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미성의 중저음이었다. 그리고 미영을 쳐다보았다. 미영과 눈이 마주쳤다. 

미영은 가슴이 한 근 떨어져나가는 듯 했다. 저 눈빛...이제껏 보던 환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석호는 유심히 미영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나를 알아보고 있다.... 미영은 짐짓 석호의 눈빛을 피했다. 

이때 병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동생이었다.           


“아. 어서 들어 와...오늘 휠체어를 밀어줄 동생이에요. 어제 연락했지요.”     


누이동생은 미영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녀는 석호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했다.      


“오빠. 오늘 햇빛이 너무 좋지? 내가 휠체어 밀어줄게. 나하고 산책하자... 노래 한 번 불러 봐.”     


그러면서 미영에게는 걱정하지 말라는 눈짓을 하고는 선심을 베푸는 양 휠체어를 밀고 병실을 나갔다. 미영은 휠체어를 밀고 나가는 누이동생의 뒷모습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속절없이 바라보았다. 

스스로 허망함을 참으며 어이없게도 질투심이 사정없이 느껴지는 자신에 굴복해야 했다.       


 ‘어린아이가 잠을 못 이루는 이유가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아침이 되면 기다리고 있는 무서운 일이 있어서...

또 하나는 아침이 되면 기다리는 행복에 가슴이 설레서...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말이야...‘     


어젯밤 잠을 못 이루었다. 다음날 석호와 단 둘이 나가는 소풍이었다. 휠체어를 밀면서...

노래를 신청해야지...     


“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다른 꽃이 없는 곳이지요. 안 그래요? 

혹시...‘꽃밭에서’ 노래 아세요?”     


BOQ에서 불러주었던 그 노래.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날에 이렇게 좋은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석호도 이 노래라면 미영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였었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다 불현듯 무서웠다. 

내가 미쳤나? 눈이 멀었나? 그 남자와 분위기에 취해, 술에 취해, 꽃에 취해 보낸 하룻밤.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와 같은 마음일까? 아니면? 무서움이 엄습했다. 

아침에 올 무서움과 행복함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떻든 어쩔 수 없었다. 대책도 없이 쏠려지는 이 마음을 어찌한단 말인가?

그런데... 

동생이 그 아침을 미영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허무함이 가슴 속 동굴에서 헛바람이 되어 세차게 불어 나왔다.  


산책이 끝나고 간호사 실에 있는 미영을 누이동생이 찾아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빠에게 말씀 들었어요. 정성을 다해서 간호해주시고 있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미영은 얇은 미소를 지은 채 듣고만 있었다. 동생은 몇 가지 물어 볼 말이 있다고 했다. 환자의 보호자로서 궁금한 것은 늘 가득한 법이다.     


“장석호씨의 상태가 어떤지요. 다리가 정상으로... 치료될 수 있는 거죠?”     


장석호씨...?

여성의 직감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미영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무어라 할 것인가? 머뭇거리고 있는 미영에게 누이동생이 말했다.      


“저에게는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저는 석호씨와 미래를 약속한 사이거든요.”     


“...........”     


“양규선이라 합니다. 석호씨와는 대학 후배예요. 성악을 했죠. 제대하면 함께 이태리로 유학가기로 했거든요.”     

신미영.

간호학을 공부할 때 배웠다. 사람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질 때, 전 인생이 필름처럼 뇌리 속에  서 상영된다고...순간의 찰나에 불과하지만, 몇 시간 분량의 필름이 스쳐간다고... 가족도 친구도 온갖 사람들과의 즐거움도, 아쉬움도, 후회도 그리고 그들 모든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도 모두 다 지나간다고...

그런 필름이 상영되고 있었다. 미영은 천 길 벼랑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석호에게 약혼녀가 있었구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구나...

진해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실 때 울렸던 그 세렌디피티 컬러링. 그것을 마치 나의 운명처럼 생각했었지... 

그런데 약혼녀가 있으면서 나를 침대에? 

그의 맑고 울리는 목소리. 희생과 사랑이 있을 때 진실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던 그가... 

미영은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총알이 가슴을 관통하고 있는 가눌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장석호. 

총을 맞고도 나보다도 내 대원을 먼저 치료하라는 목쉰 목소리...

미영은 차분히 말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경과는 지켜보아야 하지만, 잘 살펴주면 절단없이 치유될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인사말을 들으며 미영은 병원을 나왔다. 숨어서 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아야 했다.     


11.     


춘옥은 잘 보지도 않던 TV뉴스시간만 되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였다.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던 해병대 훈련사고. 

온갖 패널리스트들이 해병대와 IBS훈련과 장석호에 대해 오만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해병대를 모르던 온 국민이 기습훈련 전문가가 될 지경이었다.

춘옥은 놀라울 뿐이었다. 커피 마시다 전화를 받고 달려간 미영이.  

뉴스에 나오는 저 유명한 남자가 그 날 벚꽃에 취해 막걸리를 마시며 하룻밤을 즐겼던 바로 그 장석호라니....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미영이로부터는 연락이 없었다. 춘옥도 미영의 형편을 헤아려 전화를 삼가고 있었다.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미영이 은근히 부러웠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친년.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나만의 인생? 내 속에 있는 나 아닌 나? 기쁨이 없는 희생? 그 녀석 바람둥이 아니야?’     


분위기에 홀려 목소리 좋은 건장한 남자와 하룻밤 로맨스를 즐겼다는 미영이 경솔하고 값싸게 보여 마구 지껄였던 말. 천한 것...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경멸감과 연민의 정이 버물어져 미영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서 한 말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저 멋진 영웅이었다니... 

춘옥은 미영이 다시 보였다.     


‘그렇지. 미영이 그런 여자는 아니었지.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거야. 그렇지. 행운은 늘 불운의 옷을 뒤집어 입고 오지. 우주가 하나뿐이 아닌지도 모른다고? 그래 그럴지도 몰라...세렌디피티라고? 그럴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어...운명인거야. ’     


스스로를 긍정시키면서도 소극적이고 겁 많은 생각에 아무 일도 저지르지 못하는 자신이 오히려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장석호와 미영의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그들의 사랑이 알려진다면 저 TV에서는 뭐라고들 말할까? 벚꽃이 가져다 준 사랑? 세렌디피티의 오묘? 우연의 운명? 

무대에서 공연하는 멋진 모습의 장석호와 열광하는 관객, 그리고 우아한 웨딩 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는 미영...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춘옥은 미영에게 전화를 해보아야겠다는 충동이 불현 듯 일었다 그러나 아무리 눌러도 컬러링만 외롭게 울릴 뿐 미영은 부재중이었다. 잘도 찾아가던 병원을 찾아가기도 망설여졌다. 잘도 찾아가던 병원을 찾아가기도 망설여졌다. 석호가 입원되어 있는 병원은 아직도 보안상태였다. 군대란 늘 저렇게 비밀 투성이야... 그래서 싫은거야....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밀물 들듯 북적대던 해병대 이야기가 썰물 빠지듯 TV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할 수 없이 화사하던 꽃잎들이 짙은 녹색의 이파리로 가려질 때, 궁금해 하던 미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좀 볼래? 병원에서?”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을 보아 몸을 빼지 못할 사정이 있을 터여서 춘옥은 퇴근하자마자 미영의 병원을 찾았다.

로비 카페에서 만난 미영의 얼굴에는 화장끼가 없었다. 환자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화장을 하지 않고 병실에 들어가는 법은 거의 없었다.

목소리도 허스키로 쉬어 있었다. 야위어 있었다. 미영은 춘옥을 보자마자 두 손을 잡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약혼녀가 있대...”     


“.......누구? 장석호가?”     


미영은 고개만 끄덕 끄덕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춘옥 또한 벼랑에서 떠밀려 떨어지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다 상상되었다. 입술이 열리며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저런, 나쁜 녀석....그러면서...”     


미영은 애써 목소리를 죽여가며 양규선과 만난 자초지종을 말했다. 이야기는 간단했지만 일은 간단치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간호할 수가 없어. 더 이상 병원에 있을 수 없어. 실없는 여자가 되어 버렸어. 언제는 저런 훌륭한 장교를 위해 사표를 철회한다고 하다가, 이제는 또 수리해달라고...

엉망이 되어버렸어. 그 남자 얼굴을 볼 수가 없어...”     


“그렇지 그럼...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나겠다.”     


“아니야.”      


미영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보고 있으면 너무 더 보고 싶어...”     


“.............”     


춘옥은 멍하니 미영을 바라보았다. 미영은,      


“나도 이럴 줄 몰랐어. 내 마음이 이럴 줄...걷잡을 수가 없어...그 여자만 보면 죽이고 싶어. 그 여자는 나에게 속없이 친절하기만 하고...그래서 결심했어. 맡기고 떠나기로 했어...

장석호가 아니라 그 여자를 위해. 잊어 버리기로 했어.”     


미영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장석호는? 장석호는 안 죽이고? 장석호가 너를 몰라본다고? 정말?”     


“몰라. 그런데 아는 것도 같아. 하지만 약혼녀가 있는데 피차 아는 척 할 수도 없잖아..”     


미영은 약혼녀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 다음 날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석호가 미영에게 휠체어 산책을 부탁하였다고 했다. 

미영은 말없이 환자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산책길은 벚꽃은 다 지고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꽃향기 또한 새로웠다.

석호는 5월의 정원에 핀 꽃들을 보면서 상념에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념이 왜 없겠으랴...      

총탄이 쏟아지는 불지옥에서 충성스런 대원을 잃고 다리중상을 입어 휠체어에 앉아 있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을 터였고, 봄바람에 모자가 굴러 우연히 맺은 하룻밤의 여인이 이렇게 이런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으랴... 

미래를 약속한 규선이 미영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말했다면 그 말을 들은 미영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상념에 이르러서는 그 상념이 어떤 무상함으로 수렴되고 있으랴...

축복받은 지난날에 대한 신의 질투일까..., 앞날의 무슨 불행을 예고하는 징조일까... 아니면 어떤 가혹한 선택을 시험하는 운명의 장난일까... 

미영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이랴...

석호의 상념을 상상하면서 미영도 여러 상념에 빠져들었다.       


앞만 바라보며 미영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석호가 휠체어를 밀기만 하고 있는 미영에게 들릴 듯 안 들릴 듯 말했다.     


“꽃들은 늘 바뀌는군요. 나비는 바뀌지 않는데...”     


미영은 들은 척, 안들은 척 잠자코 걷기만 했다.      


‘오래간만이네요.’     


석호의 입에서 이 한마디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석호는 말을 참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꽃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뜨곤 하늘과 꽃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을 걷다 미영이 석호에게 넌지시 물었다.     


“노래 좋아하세요?”     


짧고 간단한 말이었지만 길고 깊은 의미가 있는 물음이었다. 석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는 가는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     


“좋아하시면 해 보세요.”     


휠체어가 몇 발자국 나아갔을 때, 석호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Un bel di, vedremo

levarsi un fil di fumo

dall'estremo confin del mare

e poi la nave appare....     


어느 맑게 개인 날 / 한 줄기 연기를 바라보게 될 거야

저 푸른 바다위에 떠 오르는 / 그리고 배가 나타날꺼야

하얀 빛깔의 배가 / 항구에 닿고서

예포를 울릴 때 / 보이지? 그이가 오잖아!...’     

작은 목소리였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필링이 있었다. 환희의 가사였지만 선율은 우수에 차 있었다.           


“이 노래가 무슨 노랜 줄 아세요?”     


노래를 부르고 나서 석호가 물었다.      


“...........?”     


“왜 이 노래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네요. 소프라노 곡인데...”     


“무슨 노래죠?”     


“오페라 ‘나비부인’ 중에 ‘어느 개인 날’ 이라는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여자가 불러야 할 노래네요...”     


“그런데 제 마음 같아서 말입니다...”     


미영은 오페라는 잘 알지 못한다. 푸치니의 오페라...나비부인....그것이 장석호의 마음?.. 

미영은 노래 제목을 가슴에 새겨두었다. 문득 규선의 얼굴이 떠올랐다.      


“노래를 정말 잘 하시는군요. 언제부터 하셨어요?”     


미영이 말했다.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리고 활을 움직이기 직전처럼 마음이 가늘게 긴장되었다. 장석호는 고백하듯 말했다.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어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죠. 테너였어요.”     


“공연도 많이 하셨겠네요. 소프라노 가수들과...”     


“예... 뮤지컬은 연기니까요.”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미영은 담담하게 그러나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꽃밭에서라는 노래도 해 보셨어요?”     


휠체어에 앉은 장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지요. 많이 불렀습니다. 꽃이 필 때면...”     

미영은 이번에는 이렇게 묻고 싶었다.      


“벚꽃 필 때도 부르셨나요? 꽃잎이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봄날에?”     


그런 어느 날 자기를 기억하겠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 그의 답을 듣기가 두려웠다.   

만일 그렇다고... 그렇다고 한다면...? 그 다음엔?

그 다음 눈앞에 닥칠 절벽. 그와의 관계가 삽시간에 추락하여 그것으로 산산이 부서져 버릴 낭떨어지였다. 미영이도, 석호도, 양규선이라는 여인도.

모른다고... 사고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차라리 이렇게 대답해 준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러니 묻지 못했다.   

병실에서 어느 날 미영을 바라보던 석호의 눈빛...석호가 미영을 알아 본 것에 틀림없다는 직감. 그 막연한 기대감...그것이 또 물음을 묻지 못하게 했다.      


두 사람은 바람이 이는 듯 자는 듯 쾌청하게 개인 날, 긴장된 듯 안된 듯, 말을 한 듯 안한 듯, 즐거운 듯 괴로운 듯 그렇게 산책을 했다. 

장석호는 환자였다. 석호의 상처에 관해 간호사로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할 때, 석호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미영은 휠체어를 밀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 안은 아늑했다. 휠체어에서 석호를 부추겨 안아 병상에 뉘였다. 

석호의 두 팔이 미영의 목을 감아 안았다. 두 팔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미영은 느꼈다. 

그러나 그대로 두었다. 환자이니까...

처치해야 할 것을 하고 병실을 돌아서 나가는 미영에게 석호가 인사를 했다. 

맑고 뚜렷한 목소리였다. 순간 심장이 쿵했다.       


“감사합니다. 신미영씨...”     


미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신미영....

그러나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을 떠올리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간호사실로 돌아왔지만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렸다.   

미영은 오페라 나비부인을 찾아보았다.      


‘어느 개인 날’ ...     


마리아 칼라스의 소프라노는 날카롭고 고음의 환희와 흥분이 절제되어 있었다.       


‘어느 맑게 개인 날 / 한 줄기 연기를 바라보게 될 거야

저 푸른 바다위에 떠 오르는 / 그리고 배가 나타날꺼야

하얀 빛깔의 배가 / 항구에 닿고서

예포를 울릴 때 / 보이지? 그이가 오잖아!

그러나 난 그곳에 가지 않아 / 난 작은 동산에 올라가서 그이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을거야 / 그이와 만날 때까지...

그이가 언덕 위에 오면 / 무어라 말할까? 무어라 말할까?

멀리서 버터플라이 하고 부르겠지...

그이는 말하겠지 / 어여쁜 부인이여 / 오렌지 꽃이라고 

내 이름을 부르겠지...’     


‘일본의 나가사키 항에 주둔한 미 해군 장교.

그는 현지의 일본인 여인 초초와 사랑에 빠진다. 미국에 본부인이 있으면서...

사정을 모르는 초초는 남자를 재촉하여 결혼식을 올린다. 임기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미군 장교. 그는 본국의 부인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개종을 하면서까지 주위의 멸시와 괴롭힘을 꿋꿋이 참고 남편을 기다려 온 초초. 드디어 남편이 일본을 돌아온다는 전갈에 환희에 들떠 노래를 부른다. ‘어느 개인 날’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본부인을 데리고 나타난다.  

초초는 이 모습을 보고 아들의 눈을 가리고는 병풍 뒤에 숨어 자결을 한다...’     


노래와 가사를 이해하고 나서 미영은 멍한 눈으로 헤드폰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CD를 끌줄도 모르고 듣고 있었다. 

일본의 나가사키. 한국의 진해. ‘초초’란 나비라는 뜻의 일본말이었다. 

나비부인에서는 꽃이 여인이요, 나비가 남자가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나비부인... 장석호의 마음?     


‘꽃은 늘 바뀌어도 나비는 바뀌지 않는다....’     


미영이 춘옥을 보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춘옥아. 그랬어. 난 깨달았어. 장석호는 자신의 마음이 나비부인이라고 했어. 하지만 나비는 바로 나였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다 죽는...

그날 해병대가 해군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 해군 사관학교에서 해병대 장교가 나온대...

춘옥아. 나 드라마 하니? 오페라 하니? 

장석호 소위는 양규선이라는 약혼녀를 버릴 수 없어. 그걸 알고 나서 꽃피는 봄날 화사한 노래를 즐겁게 부른 나비 부인은 죽는 거야. 그래, 그래서...그래서... 아름다워. 나비부인이...”     


“얘가. 얘가...정말. 하지만 미영아. 생각해 봐. 장석호가 자신이 나비부인이라고 한 것은 못 이룰 사랑이라면 차라리 아무도 선택하지 않겠다는 심정을 말한 것 아니겠니? 응? 그건 너를 좋아한다는 뜻 아니겠냐고? 너 아니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나비의 마음 아니겠냐고?”     


미영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알아. 석호는 그 날 밤의 여자가 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장난으로 대한 것만은 아니야. 그리고 규선의 관계를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런 것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 그러면서 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면 그 녀석은 정말 나쁜 녀석이지...그렇다고 규선에게 사실을 아직 고백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니. 

왜 미군 장교가 본부인을 데리고 일본에 다시 왔을까? 그건 자신이 혼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여자로 하여금 여자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거야. 남자는 비겁해.  

석호도 파견 근무하는 해군 장교야. 꽃바람 부는 항구에서....

결국 두 여자를 다 사랑한다 해도 선택해야 해...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야. 

비겁하지만, 어쩔 수도 없을 거야. 이해할 수 있어. 미군 장교도 장석호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할 때가 있어. 해병대보다도...그게 지금 나야. 내가 결정해야 해. 떠나야 해.”     


“미영아. 조금 더 있어보자. 혹시 아니? 무슨 일이?”     


춘옥은 미영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영은 샐쭉 춘옥을 보았다.        


“무슨 일? 규선이를 내쫓자고? 석호에게 꼬리를 치라고?”     


미영은 단호했다. 힘없이 파리한 모습으로 카페에 들어왔던 모습과는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       


“한국을 떠나야지...어차피 떠나고 싶었어. 내 마음대로 살기에 한국은 너무 복잡해...”     


“뭐? 한국을 떠나? 사표는?”     


“수리됐어.”     


사표 수리하는 날. 원장이 신미영을 불렀다고 했다.      


“애국심으로 헌신하는 장교를 보고 감동했다고... 그래서 사표를 취소한다고 하지 않았소? 장교가 완쾌되었소? 그런데 왜?...”     


미영이 둘러댔다.      


“그 장교에게 약혼녀가 있어요...그러면 됐다 싶어서요.”     


원장이 신미영을 정말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약혼녀? 약혼녀가 있으면 간호가 필요 없나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영에게 원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미영은 그것이 그렇게 고마웠다고 했다. 

미영의 그 말을 듣자 춘옥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아팠을까...얼마나 힘들었을까...

춘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닦지 않았다. 

어쩌면 운명이란 이렇게도 얄궂게....     


“그래. 그날, 진해에 가지 않은 거야. 그런 거야...달라진 것이란 없어.”     


미영은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벌떡 일어섰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하는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랴. 춘옥은 떠나는 미영을 말리지 못하고 걸어 나가는 뒷모습만 속절없이 바라보았다.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12.


춘옥의 눈앞이 안개처럼 흐렸다. 춘옥은 카페에서 일어나 병원 현관을 향해 나왔다. 

미영을 생각하면 걸음이 스폰지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춘옥이 현관문을 향해 나갈 때였다. 급한 발걸음으로 막 현관을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현관을 나가는 춘옥을 보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뚫어지게 춘옥을 바라보았다. 

춘옥도 의아한 마음에 마주 보았다.  

풀을 먹여 빳빳한 얼룩무늬에 반짝이는 계급장이 달린 반듯한 팔각모.

춘옥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장석호 소위와 같이 있던 포장마차에서 막걸리를 마셨던 장교였다. 

그가 말했다.       


“혹시..그때 같이 오셨던 분 아니시던가요? 장석호 소위라고...

신미영씨 친구 분 되시지 않나요? 저 박기춘 소위입니다.”     


춘옥의 명치끝 가슴에서 느닷없이 불덩이가 치밀어 올랐다. 박소위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 춘옥은 감정을 억누르며 박소위를 무시하고 옆을 지나쳐 현관을 나가려 했다.


 “잠깐만...신미영씨에게 전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혹시 어디 계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장석호 말입니다....장석호가 전할 말이 있답니다. 자기는 말을 못하겠다며...”     


춘옥은 박소위를 노려보았다. 눈에 단검을 꽂듯 말했다.      


“신미영이 여기 없습니다.”     


“압니다. 알고 왔습니다. 석호가 그러더군요. 떠날 거라고. 그래서 부랴부랴 왔습니다. 대신이라도 전해주십시오. 친구 아니십니까?”     


춘옥은 하는 수 없이 박기춘과 다시 카페에 들어왔다. 

춘옥은 카페에 마주 앉았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기춘이 꺼내놓은 명함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박기춘이 말을 꺼냈다.       


“남자를 아십니까? 아마 모르시겠지요. 남자는 여자들이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일겁니다. 남자끼리도 그렇습니다. 남자들이 만나면 세상에 못하는 말이 없고 비밀이 없을 것 같지만 아닙니다. 아무리 어릴 때 친구라도, 전우라도 평생을 말하지 않고 지키는 비밀이 있게 마련입니다.”     


“..............”     


“그게 왜 그런지 아시겠어요? 자존심입니다.

남자는 동물이예요. 자기의 약한 면을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약점을 건드리면 적개심이 들지요. 여자는 반대라고 하더군요. 자기의 약한 면을 털어놓고 위로해주는 친구를 진정한 친구라고 한다면서요. 우리는 강점을 칭찬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입니다.”     


“..............”     


“그런데 약점을 고백할 때가 있어요. 그때는...항복할 때입니다. 

항복이란, 약점을 인정하는 남자의 태도입니다.”      


“...............”     


“석호가 항복해 왔습니다. 전화로 부탁하더군요. 저도 항복합니다. 친구 분 성함은 모르지만 항복하겠습니다. 항복합니다.”     


춘옥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무엇을 항복한다는 말인가요?”     


“석호에게 약혼녀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석호가 저에게 그 말을 하면서 신미영씨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 날 여러 가지로 실례한 점 사과드립니다. 바래다 드리지도 못했고요.”     


“약혼녀가 있다는 것이 왜 비밀이지요?”     


“그것을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 비밀로 했는지... 그 이상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자기 입으로는 죽어도 못하겠더라고 하면서요...”     


“비겁하군요. 직접 사과해야지...친구를 시켜서 하다니요.”     


춘옥은 입을 비쭉이며 말했다. 고작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항복이란 말인가? 격한 감정이 다시 일어났다.      


“비밀을 말했다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 저에게도 비밀이었던 걸 신미영씨에게 할 때는 그만한 아픔이 있을 겁니다. 이유는 묻지 않았습니다. 친구로서 그 아픔을 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전해주십시오. 제가 드릴 말씀은 그것입니다.”     


그 말을 할 때 박기춘의 모습은 자못 당당하고 남자다워 보였다. 

그렇지만 이미 미영도 아는 사실 아닌가? 새삼스럽게 전하고 자시고 할 말인가 싶었다.

비밀이지만 약혼녀가 있었는데, 미안하다... 결국 신미영에게 사과한다는 말이고 그것은 떠나달라는 말 아니겠는가. 다시 울화가 치밀었지만, 춘옥은 기춘의 순진하고 진정어린 모습에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알겠어요. 그런데 미영에게 그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해서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박소위님이 직접하고 가시지 그래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아까부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다행히 친구 분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꼭 전해주십시오. 저도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 새벽 훈련 출동합니다. IBS훈련입니다. ”     


TV에서 보았던 그 악명 높은 IBS훈련. 사람이 몇 명이나 죽었으면서...     


“또 IBS 훈련이예요?”     


짜증스러웠다. 그러나 박소위는      


“전사자는 전사자고 해병대는 해병대입니다. 금번에는 제가 경계정찰조 장석호 소위의 임무입니다. 해병대는 해병을 위해 있는 군대가 아닙니다.”     


“그러면요?”     


“당신들을 위해 있습니다. 가야합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계를 보더니, 박기춘은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춘옥에게 차렷하더니 장군에게라도 하는 양 최고의 예를 갖추어 반듯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춘옥은 엉거주춤 박소위의 경례를 받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문을 밀고 나가는 박소위를 보았다. 묘한 여운이 남았다.      


“IBS 훈련.. 그 위험한 훈련에...장석호의 임무를.”     


춘옥은 박기춘의 명함을 핸드백에 넣었다. 병원을 나왔다. 

기분이 매우 안 좋은 날이었다. 현관문을 나서고 보니 날은 흐리고 비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순간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비가 쏟아져도 IBS훈련을 할까?’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젊은 어부의 영원한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