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연정 Apr 12. 2017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들

<그건 사랑이었지>_노래/작사/작곡 루시드 폴

불 켜진 동네 거리를 지나

시나브로 밝아오는 자정의 골목으로

천년을 기다린 마음으로

난 단숨에 당신으로 달려 들어갔지


지난 시간의 토막들아

단 하나도 가지 않고 남아 있었구나

고즈넉이 마음을 데우며

그 추억을 세월을 지켜주고 있네


나 그때는 뜨거운 체온으로 무장한 내 눈빛

몸집만 한 선물보다 더욱 컸던 내 마음


그건 사랑이었지

그건 사랑이었지


_ <그건 사랑이었지>

노래/작사/작곡 루시드 폴



낯선 땅에 도착해 낯선 공기를 들이마시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풍경 앞에 서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얼굴이 있다는 건.


눈빛만으로,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지금은

그냥 안아주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그 목소리 때문에 미세한 그 변화 때문에

온종일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건.


견딜 수 없이 차갑다가 놀랄 만큼 뜨거워지는 내 몸의 피를 경험한다는 건.


세밀하고 미세한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새롭게 발견해나간다는 건,

마치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듯 가슴이 벅차기도 한다는 건.


깍지 낀 두 손이 가진 엄청난 위안의 힘을 알게 된다는 건.


그토록 하찮았던 것이 네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한없이 소중해지기도 한다는 건.

한 걸음씩 거슬러 올라가 내가 몰랐던 너의 모든 시간을

샅샅이 알고 싶어진다는 건.

그 생각이 왠지 촌스러워 우울해지고 만다는 건.


단풍잎만 한 손바닥을 내 손위에 올려놓고 그 작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다 문득 눈물이 울컥 터져 나온다는 건.


아가, 하고 부르는 순간

나의 모든 세계가 크게 변해버렸음을 느낀다는 건.


지난 수년간 내 가슴속에 나무처럼 자라온 이름의 땅을,

나의 힘으로 찾아와 밟고 서는 순간,

머리카락에 스치는 첫 바람을 느낀다는 건.


겨울이면 늘 나의 차 밑에서 밤잠을 청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밤마다

다시 한 번 시동을 켰다가 돌아오곤 한다는 건.

당신 앞에서만은 어떤 ‘이유’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건.


바다 앞에 설 때마다 이유도 모른 채 사라져간 아이들을 위해

조용히 눈 감아 기도하게 된다는 건.


상처받을지 모를, 혹은 이미 상처였을지 모를 너의 모든 면면들에게

하나하나 입을 맞춰주고 싶어진다는 건.


낮과 밤을 계절과 계절을 국경의 경계들을 통과하며 걷고 걸을 때,

나의 오른발 옆에 너의 왼발이 함께라면 두렵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불 꺼진 자정의 어느 골목.

그 적막한 따뜻함에 기대어 서서 듣고 싶은 멜로디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건.


그건……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던지는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