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쪽 타원형 초상화
그는 그 외딴 첨탑 방에 비치는 소름 끼치는 빛으로 인해 새색시인 아내의 건강과 활력이 시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나의 질문과 대답
나는 무엇을 제대로 보려고 하나요?
내가 주춤거리는 것을 봅니다.
두려움이 찾아온 것인데요.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일이 굉장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생각해 보지도 않은 일이 저의 일상을 차지했을 때 진흙탕에 빠진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예상 밖의 일은 저를 얼음처럼 온몸을 굳어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때의 저를 떠올려보면 꽤 긴장했던 것 같아요.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 하나에도 놀랐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제 마음에 공간을 만드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일이라 하더라도 일단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지켜보는 것이죠.
가만히 보았더니, 소리치고 바둥거리는 그 일로 인해 내 안의 작은 아이가 겁에 질려있는 게 아니겠어요?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뒷걸음치며 내 마음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죠.
이때 알게 되었어요.
저는 제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낄 때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주도성을 빼앗길까 봐 겁을 내고 있었던 거예요. 내 마음에 쳐들어온 외부 일이 큰 목소리를 내면서 저의 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여러 가지 생각과 공부는 저의 마음 움직임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그 요동은 침묵으로부터 진짜 제 목소리를 내는 근육을 키우도록 했고요.
저의 마음 근육은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내 안의 작은 아이는 불청객이 쳐들어오면 숨을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쩌라고!
별거 아니라고!
오히려 그 일이 안쓰럽다고!
나는 나의 작은 아이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어요.
마음 근육이 단단해지면서 목소리에 힘을 크게 보탰어요.
불청객은 언제든지 원하면 쫓아버릴 수 있었고요.
오히려 가엽게 여기면 더 쉽게 내보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내가 지금 여기에서 제대로 보려고 하는 것은요.
내 마음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운동이 더 필요한가?
휴식이 필요한가?
내 안의 목소리와 질문들이에요.
주변의 목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말이죠.
고맙고, 기특한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