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카레니나>
오블론스키는 식사 후에 서로 가까워지는 대신 이런 극단적인 분리가 일어나는 경우를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극단적인 분리가 일어나는 경우, 어떻게 하나요?
초 3, 딸아이의 마음이 심상치 않다. 울먹이는 경우도 많고,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엄마 내가 좋아하는 거 알아?"라며 다그치듯 말한다. 서로 연결되는 대신 극단적인 분리가 일어났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적당한 표현을 발견한 것이다.
낮 동안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급하게 나가느라 치우지 못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기다리고 있다. 남편 퇴근 시간은 나보다 2시간 정도 뒤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청소, 정리 등은 일단 내 손을 거쳐야 한다. 모른척하기에는 발에 걸리는 것도 있고, 보고 있는 상황이 더 답답해서 치우려고 애쓴다. 그렇게 저녁 식사까지 준비하고 나면,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온다.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쉬는 타임이 된다.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그런데, 초 3 딸아이는 그때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며 엄마와 시간을 채우려 한다. 작은 것부터 꺼내놓는 마음은 이해되는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고되기도 하고, 안타까움도 있다.
오늘 저녁에는 "가"라는 글자를 말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의 7번째라고 한다. 총 13개의 글자라고 하는데, 2주일 정도 한 글자씩 외우면서 미션을 수행한다. 13일 되는 날에는 완전한 문장을 말해야 하는 것! 작고 귀여운 미션이 웃음이 나지만, 온몸이 축 처지는 상황에서 한 글자를 익히는 것도 쉽지는 않다. 낮과 밤의 컨디션 차이가 꽤 크다. 커지고 있다.
입안에 주먹이 들어가는 것도 곧바로 보여준다. 경청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속상해한다. 엄마는 표정은 웃고 있지만, 어깨가 꽤 묵직하다.
앞으로 엄마에게 주어질 귀여운 미션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아 참, 극단적인 분리가 일어날 신호가 보이면, "어~~! 진짜? 아~~!"와 같은 이해가 없이도 반응할 수 있는 말을 곧장 한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차분하게 진짜 바라는 것을 전한다.
"엄마가 지민이랑 집에서 편하게 잘 지내고 싶는데, 잘 안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 엄마가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정말 큰데, 밤만 되면 많이 피곤해." 극단적인 분리가 일어나기 전에, 다행히 수습은 되었다.
그다음에는 내가 나에게 재빨리 말한다.
딸아이에게 들었던 말
그때 내 마음
그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그런 마음마저 당연하다고 전하며, 지금의 상황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아이 마음, 내 마음이 초록불이 되는 순간까지 관찰과 기다림을 이어간다. 그것이 극단적인 분리를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