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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May 24. 2023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나요?

타인은 내게 필수존재이자 지옥이다. 

대부분 사람이 살면서 크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관계'의 어려움이 아닐까 한다. 회사가 바빠도, 일이 많아도 닥치면 대부분 해낸다. 문제는 사람이다. 가족과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이 끊을 수 없는 고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사람을 적과 아군으로 규정한다. 또 누군가는 감정에 휩쓸려 손절하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좋아 자석처럼 따라가 붙어있기도 한다. 타인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타인을 대해야 할까.     


사르트르는 인간이란 주체성과 자유를 가진 주체로 정의한다. 내가 곧 시선이고 관점이다. 그런 주체성을 가진 내가 또 다른 주체성을 가진 타인과 대면한다면 양자의 주체성은 어떻게 될까?     


이 경우 타자의 역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지옥으로서의 타자다. 타자의 시선이나 판단으로 나의 존재론적 지위는 변화한다. 나의 절대성은 상실되고 객관화되고 정형화된다. 나는 외부의 힘에 비주체적인 대상으로 전락한다. 나의 주체성을 잃게 하는 타자는 곧 지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두 번째는 매개자로서의 타자다. 인간이 직접적으로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 타인에 의한 객체화만이 나의 존재근거를 마련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을 필요로 하게 된다.


사르트르는 타인에 내게 부여한 즉자존재(사물)의 모습과 나 자신 그대로인 대자존재(인간)가 결합되어야 자기 자신의 실존을 이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타인은 나를 존재하게 만듦과 동시에 투쟁의 대상이 되는 역설적인 존재다. 이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누군가의 시선을 갈망하는 이유이자 동시에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런 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한 가지 선택이란 없다.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나와 타인 사이에 놓인 줄,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되 끊임없이 평형을 잡으며 어딘가를 밟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 매몰되면 안 된다. 휩쓸리지 않는 자아와 주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타인에게 내 시선을 억지로 투사하면 안 된다. 타인을 객체화하려는 시도는 곧 그 사람의 주체성을 앗아가는 것이니까. 반대로 상황에 따라 기꺼이 타인에게 객체화가 되어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타인이란 주어진 상황에 따라, 내 행동에 따라 지옥이 되기도 천국이 되기도 한다. 혹은 그 중간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계속 선택해 나가야 하고 기꺼이 책임져야 한다. 선택하며 미래로 내던지는 존재, 인간은 기투(企投)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고민한다. 매 순간 올바른 선택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 할 일 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지 말이다. 지금도 내 앞엔 수많은 선택이 놓여있고 하나의 선택으로 파생될 또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에 C(Choice)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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