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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wang Yoo Jun 18. 2017

코부기일지#4_기초완료, 토대 벽채세우기

청년농부 DIY 집 짓기 프로젝트

코부기 2호를 짓기 시작한지 4일이 지났다. 벌써 바닥 수평잡기, 주축돌(보강토) 작업, 멍에작업, 기초골조작업, 기초단열, 기초바닥 T&G작업 그리고 오늘 토대와 벽채작업이 끝났다. 코부기 1호를 지을 때 이 작업까지 한 달정도의 시간이 걸린걸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지황씨 정신이 하나도 없죠?” 점심을 먹을 때 소장님이 내게 건낸 말이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1호를 지을 땐 하나하나 오목조목 따져가며 맞는지 확인하며 작업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설계도면을 볼 틈도, 자른 자재의 길이가 정확한지 확인할 시간도 없다. 내가 열심히 직접 그린 도면을 보고 자재를 자르면 소장님께서는 벽채결합을 하신다. 처음엔 노가다가 몸에 베어있지 않은 나로써는 소장님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는데 4일차가 되는 오늘 조금 손발이 맞는 느낌이 들었다.
  
군대 첨가서 군사훈련 할 때가 생각났다. 방탄쓰고 탄티메고 소총들고 우왕좌왕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어리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못주머니 차고 막 뛰어다니는 내 모습이 딱 그 모습이다. 세상에 많은 일들을 해봤다 생각했는데. 나에게도 이런 풋풋한 모습이 나올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더니. 노가다 장인인 소장님 앞에서 나는 풋내 물씬 나는 풋내기, 딱 그정도다.
  
“지금은 정신이 없는게 정상이에요.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이되고,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집이 완성되어있고, 그게 노가다판이에요.”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현장을 굴릴려면 그만큼 경험과 짬밥이 필요한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현장에서 2년동안 배울 것을 혼자 부딪히고 내가 가이드해주면서 단기숙성하는 중이니 그만큼 지금의 시간이 값질거에요.”
  
소장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다. 이 모든 과정이 내게 도움될 것이다. 직접 지휘를 하기위해선 지금 소장님 앞에서 흉내라도 내봐야한다. 직접 도면을 보면서 집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 잘못된 공정은 없는지 확인해야한다. 그러다 실수가 일어나면 눈치도 찌리릿 받고. 재밌다. 눈치보이는 그 당시나 이 땡볕에 뛰어나느라 힘들긴 하지만 하나하나 집이 지어지는 모습을 보면 재밌다는 생각이든다.
  
사실 아직은 집짓는 일에 대한 재미가 어떤 포인트에서 발생하는진 잘 모르겠다. 그저 집을 한 번쯤 모든 과정을 직접시공하면서 지어보고 싶단 생각은 했었다. 근데 내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니. 실감나지 않는다.
  
오늘은 1층의 1-4번 벽채를 조립했다. 코부기 2호는 1층, 2층, 다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평수는 8평이다. 다락의 평균높이가 1.5m가 넘지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과정이 모듈화되어 있는 경량목구조에서는 집짓는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니 설계만 완벽하게 해두면 많은 고민이나 어려움이 사라진다. 책 몇권 사서 보면서 공부하고 직접 집 한 채 지어보면 아 이런식으로 진행되는구나 알게된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돌발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냐가 가장 큰 문제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집 앞쪽 현관부분이 집 내부와 높이가 같으면 비가 많이 올 경우 집 안으로 비가 세어들어 올 수 있다. 이 부분을 잘몰랐던 나는 고려하지 않았고 기초를 다 만든 상태에서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소장님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했다. 2x8(38mm x 184mm)로 된 현관 부분의 기초장선을 컷쏘로 잘라냈다. 그리고 그곳에 2x4(38mm x 89mm)로 장선을 데어내 높이를 낮췄다. 대신 벽채 부분은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하루종일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나로써는 그런 소장님의 대처능력과 결단력이 신기할 따름이다.
  
벽채조립은 우선 모든 벽채를 만들어 토대에 올린다. 토대에 벽채를 올린 후 처음 올린 벽채부터 순서대로 옆 벽채와 4면의 모든 수직, 수평을 만들어 못총을 쏴 고정 시켰다. 고정시킨 후 임시가세를 설치해 벽채를 잡아두었다. 내일 이곳에 다락장선과 2층장선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내일은 앞서 말했든 2층장선과 다락장선, 2층벽채, 2층, 다락장선위에 T&G합판을 깔아주면 거의 하루가 마무리 될 듯하다. 목조주택을 지을 때 중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재밌다. 벽채가 서고 2층이나 다락도 생기고 지붕도 생겨나는. 1~2시간마다 모습이 바뀌면서 집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뭔가 뿌듯하다. 
  
오늘로써 벌써 4일. 남은 날짜는 21일. 모든 과정이 25일 안에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곧 전기배선과 배관, 수도관 작업을 준비해야한다. 아직 수도와 전기, 배관 작업은 한 번 밖에 해보지 않아 미리미리 공부를 많이 해둬야할 것 이다.
  
25일 안에 끝내야만 지난 2년간 농업세계일주를 다니며 찍었던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다. 여행을 다녀온지 벌써 2년이 지났으니 4년만에 영화가 나오게 됐다. 
  
파밍보이즈. 네이버영화에 개봉예정작으로 떠있는 모습을 보니 설렘설렘하다. 배급사 진진에서 하나둘씩 포스터와 티저영상들을 만들어내기시작하는데 7월이면 정말 영화가 개봉하는구나 실감이 난다.
  
내일 할 일
 - 2층, 다락장선 완성
 - 장선에 TNG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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