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요식업 차별화 전략. #1
자기객관화
가게를 운영하면서 반드시 본인 업장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은 장사가 잘 되고 있어도 반드시 유지해야 할 철칙 중에 철칙이다. 그냥 잘 되는 이유는 없다. 내 가게가 좋은 상권에 위치해서 반사 이익으로 매출이 발생하는지, 그동안 광고를 잘 돌려서 효과를 본 것인지, 단골고객이 충분히 확보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발생하는지 등등, 언제나 객관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되는 경우에만 그 이유를 분석하려고 시도한다. 어느 정도 매출이 오르면 다들 본인들이 잘해서 장사가 잘 된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로나처럼 큰 외부 위험으로 매출이 떨어지면 자신의 탓은 없는 것이다.
나는 2013~18년까지 주류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회사에서 이태원이나 홍대 같은 A급 상권을 담당하는 영업맨이었다. 입사 후 홍대를 담당하게 되었고 당시엔 경기가 호황이었다. 어딜 가나 어느 정도 장사는 잘 됐다. 특히 평일 저녁에 홍대, 이태원, 종로, 을지로 같은 번화가에는 언제나 사람이 흘러넘쳤다. 그런데도 당시에 영업적으로 교류하던 사장님들 중에 경기가 호황이라고 마음 편하셨던 분은 없었다. 되려 매년마다 시장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진다고 하셨다. 예년 같지 않다, 장사하기가 매년 어려워진다고 푸념했다. 미세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변화를 시도하는 사장님들은 드물었다.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아도 낙수효과에 기대어 적당히 장사해도 먹고살만한 시기였나 보다. <지금은 어떨까? 내가 영업적으로 교류하던 그 사장님들의 업장 중 대부분은 사라졌다. 대부분 번화가에서 장사를 했기에 임대료가 감당이 안되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의문이다. 그렇게 시장 상황이 계속 나빠진다고 투덜대면서 왜 내가 만났던 사장님들은 변화를 주지 않았을까?
사실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변화를 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를 시킬만한 실력이 없는 것이다. 즉,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실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바꿔야 할 것도 없고 결과적으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를 모른다.
코로나 시절 이전에 장사 공식은 대부분 상권에 기대어서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시절에는 권리금이 중요했다. 목 좋은 곳에서 적당히 컨셉을 잡고 적당히 가격을 맞춰서 적당히 서비스하면 권리금 대비 수익률이 일정하게 나왔다. 좋은 위치와 경기의 호황에 기대어 장사를 하게 되면 그 가게엔 진짜 강점과 실력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실력 없는 가게 중에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에 손님 대부분은 20~30대 남자일 확률이 크다. 20~30대 남자들은 귀찮은 것을 극도록 싫어하거나 이것저것 따지는 것을 굉장히 까탈스럽다고 여긴다. 대충대충 먹으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점심시간에 손님 구성이 20~30대 남자 손님이 대부분이라면 그것은 그 식당이 정말 맛있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게는 언제 가도 자리가 있기 때문일 확률이 크다. 1주일에 3~4일씩 사장님 가게에서 제육덮밥을 먹는 청년을 바라보며, 결코 본인이 만든 제육의 맛을 강점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명심해야 한다. 그 나이때 남자들은 고기에 대충 고추장만 버무려서 구워 줘도 웬만하면 맛있게 먹는다는 것을...
가상의 인물, 최 사장님은 호황인 시절에 자영업 판으로 들어와서 낙수효과에 의해 폭포처럼 입구로 몰려드는 손님을 받으면서 자신의 사업력에 뿌듯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들과 가족 할 것 없이 손님들도 자신이 만든 음식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고 했었다.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장님들도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음식 맛있다고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은 최 사장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런데 몇 해 장사를 이어가다 보니 매출이 조금씩 떨어진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히 음식을 맛있게 낼 수 있는 실력도 있고 상권에 입지도 좋은데 왜 해가 지날수록 매출이 떨어지는지.. 최 사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동네 상권을 휘~하고 둘러보니 옆집 김 사장이나, 앞집 박사장이나 모두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한다. '역시... 내 실력 탓이 아니라, 불황이 좀 왔구나~' '조금 지나면 경기가 좋아지겠지~'
도대체 요식업에 실력이란 무엇일까? 사장님들이 잘못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맛이다. 맛만 있으면 사람들이 어디든 찾아온다는 것이다. 결코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요식업에서 진짜 실력은 '고객이 사전에 얻은 정보에 의한 능동적 선택을 많이 받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그 안에 음식맛은 장사에 본질적인 영역을 차지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A가 길을 걷다 배가 고팠다. 마침 우연히 최 사장님 가게가 있었다. 사전적 정보 없이 방문하여 음식을 먹었다.(능동적인 선택을 했지만 사전에 얻은 정보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너무 맛있어서 친구 B에게 입소문을 냈다. 그리고 며칠 뒤 A는 다시 한번 방문했다.(스스로 사전에 맛있다는 정보에 의해 능동적 선택을 했다.) 친구 B도 주말에 여자 친구와 최 사장 가게에서 밥을 먹었다.(사전에 친구 A에게 사전정보를 얻었으며,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행위를 했다.) 그런데 만약 B가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여자 친구가 인터넷에서 최 사장 가게를 찾아보더니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가지 말자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B의 여자 친구는 사전에 얻은 정보로 능동적으로 최 사장 가게를 거부한 것이다. 음식의 맛만으로 또 한 번 찾았던 A와 다르게 B의 여자 친구는 맛도 보지 않고도 거절을 했다.
그렇다면 최 사장의 음식은 강점인 것인가? 진짜 실력인 것인가?
호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영업제한이란 강력한 구속력이 시장에 발동했다. 손님들에겐 시간을 비롯한 기회가 없다. 예전처럼 귀가에 제한이 없던 시기가 아니다. 9시면 엉덩이를 떼어 국가가 만든 통금에 의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손님에게 기회비용은 무한대로 커지게 된다.
나 김영숙 코로나 시국에 만남이 두려워진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친구들과 만나지 못했다. 누구는 백신 미접종자였고 인원 제한에 약속 잡기도 원활하지 않았다. 오늘, 드디어 6개월 만에 우리 친구들이 완성체로 만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런데 회사 끝나면 6시, 아무리 빨리 모인다고 해도 7시다. 만남은 기껏해야 3시간 저녁과 술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셀카도 200컷 정도 찍을 만큼 분위기도 좋아하고, 술을 잘 못하는 미정이를 위해서 한 잔의 맛있는 칵테일도 있어야 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날인 만큼 음식도 당연히 맛있어야 한데 제일 중요한 건 SNS에 올릴 만큼 플레이팅도 가게 인테리어도 예뻐야 한다.
극단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요즈음 술을 마시려는 일반적인 손님들이 약속을 잡을 때 고려하는 포인트들이다. 예전처럼 어떤 곳을 선택해서 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편하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곳을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 즉 기회비용이 너무 커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결코 자신의 선택을 실패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잘 되는 곳은 계속 잘 되고 안 되는 곳은 더욱 안 된다. 손님의 1차 선택에 실패했고 2 번째 선택인 낙수효과는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렇게 변했다. 최 사장은 예전에 자신의 실력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맛'으로 손님의 능동적인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요식업에 실력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요식업에 실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화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맛'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실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다. 아니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할 수 없는 것이 구체적으로 문제다.
이제는 요식업에 진짜 실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다. 맛은 물론 본인이 만든 음식의 맛을 어필할 수 있는 플레이팅과 온라인 홍보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다방면으로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강점이 강점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객에게 능동적인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실력이 없다는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장사가 안된다는 것 자체가 실력이 없다는 뜻이다. 장사가 안되어서 장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구하고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허무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장사가 안된다면 실력이 없다는 것이고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의 강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작이다. 장사가 잘 돼도 마찬가지다. 왜 잘 될까를 끊임없이 분석해야 한다. 잘되는 이유가 내 실력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의 끈을 결코 놓쳐선 안된다.
이런 자세를 갖춰다면 이제 장사하려는 기본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차별화 전략'이란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