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약국으로 출근 하신지 좀 됐다.
카톡으로 보고받은
아들 딸은 잔소리를 쏟아내기 바쁘다.
만 65세.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노인이
마스크 사려 약국 앞에 속절없이
줄 서는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행동인지
카톡에 침 튀게 쏟아낸다.
그냥 집에 계시라고.
그러면 마스크 필요없다고.
안읽음 숫자는 실시간으로 사라졌건만
아빤 가타부타 말이 없어지신다.
줄서기에 성공한 딱 하루,
아빠의 카톡엔 기쁨이 넘쳤다.
그리고 오랫동안 준비하신
말씀을 꺼내신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햇살 좋은 날 동네 산책이 얼마나 귀한지
동료들과의 치맥이 얼마나 소중한지
놀이터에서 깔깔대는 아이의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는 하루하루
그 시간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마스크가 재정의한 건 ‘사랑’이다.
이제껏 내게 사랑이란
그저 ‘많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0년의 봄을 사는 우리에게
사랑은 ‘마스크를 건네는 마음’이다.
내게도 귀한 것을
기쁘게 내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내 부모님은 아주 오랜 시간
그리하셨다.
치킨을 먹을 때면
닭다리를 내어 주셨다.
우리 남매를 키울 적엔
젊음을 내어 주셨다.
우리가 은행빚을 내자
적금을 내어 주셨다.
지금은
육아하는데 숨 좀 쉬라며
주말을 내어 주신다.
나의 부모가 내게 기쁘게 내어준
그 많은 것들 덕에
나는 서른 몇 해 동안
편히 숨쉬었다.
남은 건 오로지
조심하는 것 뿐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이 사랑을 잊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