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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Mar 15. 2020

마스크, 사랑을 재정의하다.

아빠가 약국으로 출근 하신지 좀 됐다.



카톡으로 보고받은

아들 딸은 잔소리를 쏟아내기 바쁘다.


만 65세.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노인이

마스크 사려 약국 앞에 속절없이

줄 서는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행동인지

카톡에 침 튀게 쏟아낸다.


그냥 집에 계시라고.

그러면 마스크 필요없다고.

안읽음 숫자는 실시간으로 사라졌건만

아빤 가타부타 말이 없어지신다.



줄서기에 성공한 딱 하루,

아빠의 카톡엔 기쁨이 넘쳤다.



그리고 오랫동안 준비하신

말씀을 꺼내신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햇살 좋은 날 동네 산책이 얼마나 귀한지

동료들과의 치맥이 얼마나 소중한지

놀이터에서 깔깔대는 아이의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는 하루하루

그 시간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마스크가 재정의한 건 ‘사랑’이다.

이제껏 내게 사랑이란

그저 ‘많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0년의 봄을 사는 우리에게

사랑은 ‘마스크를 건네는 마음’이다.


내게도 귀한 것을

기쁘게 내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내 부모님은 아주 오랜 시간

그리하셨다.


치킨을 먹을 때면

닭다리를 내어 주셨다.


우리 남매를 키울 적엔

젊음을 내어 주셨다.


우리가 은행빚을 내자

적금을 내어 주셨다.


지금은

육아하는데 숨 좀 쉬라며

주말을 내어 주신다.



나의 부모가 내게 기쁘게 내어준

그 많은 것들 덕에

나는 서른 몇 해 동안

편히 숨쉬었다.


남은  오로지

조심하는  뿐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사랑을 잊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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