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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05. 2022

당신의 이상은 무엇입니까

흔적처럼 2021 F/W 단체展, <이상理想>

 당신에게는 이상이 있는가. 이상이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로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일 수도, 또는 꿈꾸는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자신에게 꼭 맞는 인연일 수도.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가장 완전한 상태는 무엇인가. 완전무결한 것일까. 탄생이나 빛일까.


 제주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 6인은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통해 이상理想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의도 내리지 않는다. 대조와 은유적 표현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빛과 그림자, 탄생과 죽음, 몰입과 상실, 자연과 인간. 이상이란 어쩌면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조군들의 균형 지점이 아닐까. 정답은 없다. 여러분만의 이상의 정의를 기대하며.




빛과 그림자, 2021 

김규리/임채원, 행위예술 기반 영상 미디어


 "온전히 자기 자신을 사랑했을까. 우리가."

 거울을 봤을 때 우리의 모습이 어색하거나 자신 같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빛 또는 어둠 하나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빛과 그림자, 이 둘의 양면이 모두 존재한다. 빛과 그림자는 하나이면서 둘이기도 하다. 두 작가는 빛과 그림자의 모습을 데칼코마니의 행위예술로 표현해 그 부분을 녹여냈다.


 행위예술 의상은 김규리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자연 소재의 옷이다. 두 개의 의상은 각각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고 있다. 의상 스케치는 포옹의 실루엣으로 시작됐다. 하나는 등 부분을 땄고 다른 하나는 목 부분을 따서 앞과 뒤를 표현했다. 의상의 주된 포인트는 빛의 영혼과 그림자의 영혼은 하나이지만 둘일 수 있고 둘이지만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게 두 영혼의 의상은 하나의 소매씩을 나누어가진다. 한쪽은 민소매이고 한쪽만 소매가 있도록 디자인됐다.

 





요가 기반의 예술을 하는 임채원 작가는 빛과 그림자로 만난 두 영혼이 죽음과 탄생의 경계에서 깨어나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하고, 다시 순환의 사이클로 돌아가는 것을 요가 동작으로 표현했다. 잠들어 있던 영혼들이 깨어나, 삶의 찬란함과 신비를 느끼며 춤을 춘다. 삶에는 찬란함뿐 아니라 좌절도 있기 마련, 영혼들은 좌절을 딛고 삶의 파도 속에서 완벽한 균형을 터득해 나간다. 탄생에서 다시 죽음으로, 빛과 그림자가 서로의 존재를 완전하게 받아들일 때까지 영혼의 춤은 계속된다.





해남, 포작인(鮑作人), 2021

박병성/신지은, 단편영화

 사랑이 깊어지면 사랑에 빠진 대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되듯, 어떤 사람이 온 마음으로 깊게 빠져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꿈이나 이상일 수도.


 바다를 사랑하던 포작인, 그는 자신의 꿈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게 된다.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가 전부였던 그에게 어느 날 심해 공포증이 찾아왔다. 무리하다가 호흡이 부족해 기절을 한 것. 그렇게 그의 모든 삶과 세계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살아갈 이유를 상실한 그는 한 줌 물 안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상상하며 잠이 든다.


 유일하게 그의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미여, 화가다. 그는 남자와 같이 똑같이 작품 활동에 몰두하는 사람일 뿐이다. 남자는 그의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작품의 대상, 뮤즈다.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변화 없이 그의 뮤즈가 바다에서 행복하게 활동하는 것을 작품에 담고 있었는데, 그가 바다에서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작가주의에 굉장히 몰입해있는 미여는 대상의 상태나 생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완성된 미여의 그림은 단편영화 옆에 전시되어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작가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 당신도 이상이나 , 깊게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마음을 상상한다면 영화는 더욱 깊게 마음속에 들어올 것이다.





FROM BIRTH TO NOW 탄생, 그리고 현재, 2021

유경희/정다운, 영상미디어

 이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다. 제주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화해 온 모습을 오브제, 네 컷의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탄생이다. 무의 상태, 즉 아무것도 없다. 제주의 시초, 설문대할망의 여성성을 웨딩드레스라는 오브제를 활용하여 표현했다. 드레스와 장식 등 모든 재료는 실제로 버려진 비닐과 그물, 캔과 페트 등 쓰레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백의 드레스에는 초록 그물과 함께 쓰레기들이 걸리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쓰레기는 인간과 필연적으로 공존하게 되었다. 사진 속에는 그러한 제주의 모습과 상징들이 사실적으로 담겨있다. 설문대할망, 하늘, 바다, 쓰레기 모두 자연이 만들어낸 부산물이고, 또 인간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작품은 감정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보는 사람의 몫으로 그 느낌은 남겨둔다. 어느 누가 보기에는 슬픔이나 분노, 환경문제를 연상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오브제나 사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저 작품을 미의 측면에서 충분히 즐겨주는 것도 좋다. 해석은 나름대로. 사람들이 재미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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