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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Apr 16. 2023

호기심


기본을 사랑하는 편이다. 어릴 땐 기본서를 좋아했다. 가장 기본의 것들이 채워져야 안정감을 느낀다. 수학도 수학의 정석, 가장 기본이라고 쓰여있는 것들을 마스터해야 그제야 다른 것들을 응용할 수 있다.


뿌리라고 할만한 것을 나름 잡은 듯하다. 내게는 뭐 공부였는데, 삶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 즉 철학이다. 철학을 알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뜻, 모든 것에 내 생각을 붙이고 키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미다. 한참 죽음과 삶, 아름다움, 사랑, 등 추상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 과정들 속에서 얻은 것은, 삶은 짧고 이제 알아가고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일이 남았다는 것. 무엇을 위해 그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한단 말인가!


이제야 역사와 문화, 음식이나 음악, 놀이나 사랑 등의 구체적인 것들에 진정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것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들이, 철학들이 궁금해진다. 무용해 보이는 것들이 궁금해진다. 다양한 문화나 역사, 음식들이 궁금해진다! 정말 일상의 살아있는 것들 자체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어제는 곰브리치 세계사를 샀다. 외우기만 했던 역사 대신, 그 스토리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기본서이기 때문에, 아마 읽어나가며 다양한 책들로 뻗어나가게 되겠지! 호기심 많은 프랑스 남자와 펜팔 친구가 됐다. 그는 동양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을 여행하며 "Wonder"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에서 "Wonder"을 느낀 것일까? 그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결심했지만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 이상 빠른 결실을 바라는 것은 포기했다. 하루하루를 닭가슴살로 채우는 삶이 내게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므로.


조금 진지한 철학의 세계로 아이들을 이끌 뻔했으나, 이제는 의무가 아닌 즐거움의 철학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바이오필릭한 삶이다. 즐거움과 호기심, 살아있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이미 그러하니까, 어른의 틀과 생각을 주입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저 자기 스스로 세상을 조금 더 해상도 높게 볼 수 있도록, 기본 사고 기술을 함께 익히고,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게 함께 해야지. 기본 이외에도 아이들의 호기심과 질문들을 계속해서 함께 궁금해해 주어야지.


먼저, 나부터 궁금한 것, 좋아하는 것들을 즐겁게 알아가기로 했다. 좋아하는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꽃은 어떻게 피어나 자라는지, 창의적인 맛이 나는 요리도 만들어보고 싶고, 세계의 역사나 문화도 너무나 궁금해졌다. 알아갈 것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배움의 즐거움이 피어나는 삶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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