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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1편)


우리 가족은 2년 내내 아파트 2층에 살면서 층간소음 가해자로 고통을 받았다.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에 살면서 아랫집 거주인은 우리 가족의 발소리, 말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며 항의했다. 

우리 집을 두드리며 항의하고 심지어 우리 집 내부를 좀 보겠다며 거침없이 들어왔다. 

아랫집 아주머니의 태도에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집에 거의 없었다. 

집은 잠을 자고, 쉬어야 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파트 2층 집은 더 이상 집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나와 아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밖으로 나갔고, 친구 네 서 자고, 시댁에 가서 잤다. 

오죽하면 한 달 살기를 두 번이나 무리하게 갔을까? 

그렇게 아랫집과 충돌하는 게 싫어 가능한 집 안에 거주하기를 피했다. 


그 아파트는 분리수거 날이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는데, 어쩌다 마주치면 우리를 흘겨보았다. 

아이랑 같이 분리수거하러 나온 나는, 아이 교육 때문이라도 아랫집 거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아이도 같이 인사시켰다. 

하지만 그 거주인은 인사를 받기는커녕,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쏟아내며 나와 아이를 쳐다보며 지나갔다. 


또 전철을 타려고 집을 나서 전철역 까지 걸어가는데 우연히 1층 거주인과 마주쳤다. 

그 아주머닌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지나가는 나에게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했다. 


‘와! 내가 모르는 사람인 아랫집 사람으로부터 이런 비난과 멸시를 당할 수 있구나!’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도 전세 2년 사는 동안 잘 지내보려 선물을 아랫집에 전해주었다. 

직접 얼굴은 피하고 싶어서 주로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차 세트, 비누 샴푸 세트, 과일, 커피, 과자 등...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다 나누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아랫집 거주인이 우리 집에 안 찾아오길... 

혹이라도 우리 아이들 발소리가 들린다면 인터폰 항의는 덜 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선물을 전해주면 

“우리 집은 이런 거 안 먹어요”라거나 

“우리는 이런 샴푸 안 씁니다”라며 세트에서 몇 개는 빼고 돌려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정말 아랫집과 있었던 일을 글로 쓰자면 할 이야기가 정말 넘친다. 

그 거주인은 내게 글을 쓰려는 동기의 불 장작을 활활 타오르게 해 주었다. 

실제로 그 거주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내고자, 글로 남기고자 시도도 했었다. 



그렇게 고통을 받으며 살다가, 2년 전세 계약이 끝나자마자 우리 가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약을 끝냈다. 당시 전세 품귀현상으로 우리가 살던 집이 부동산 시장에 나오자마자 희망 세입자들이 줄을 섰다. 

그렇게 아이가 2-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부부가 우리 다음 세입자로 계약을 했다. 

우리 다음 집에는 평안과 안녕이 있기를 빌며 우리는 도망치듯이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새로 이사 온 세입자가 아랫집 거주인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래요. 아니, 원래 여기 이런 곳이에요? 어떻게 여기서 살았어요?”

라며 우리한테 하소연 전화를 했다.

 현세입자 부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부동산을 통해 우리의 과거 심정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을까? 

우리는 그 세입자 부부를 이삿날 잠깐 봤는데 동질감과 함께 애잔함이 들었다. 

그 아랫집 거주인은 50대 중반의 아주머니로,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관리 잘하는 우아한 중년 여성으로 보였다. 

하지만 말투나 행동으로 윗집 거주인들을 너무 괴롭혔다.






우리는 그 지옥 같던 전세를 벗어나 다른 지역의 전세로 이사 왔다. 

그동안 2층에 산다는 이유로 아랫집에 설움을 당해서 그렇게 1층 전셋집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전세 품귀현상으로 우리 입맛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딱 하나 전세가 나왔는데, 또 2층이었다. 

무서웠다. 

또 어떤 사람이 아랫집에 살고 있을지.... 

선택권이 없는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또 2층 전셋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이사를 하고 바로 그다음 날 선물 세트를 사들고 아랫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이들도 데리고 갔다. 

“이번에 새로 이사 왔어요. 혹시 아이들 발소리가 나지않게 최대한 조심할 테니 잘 좀 부탁드려요”라며 굽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아랫집 아주머니를 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예전에 살던 1층 아주머니랑 똑같이 생긴 분이 문을 여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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